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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28. 2022

막이 내리고 있었다. 나의 애증의 토론토!




                                                                              토론토에서의 생활도 이제 끝이 보인다..



그동안 낯선 타지에서 고군분투했던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 귀국 전 여행이라는 휴식을 선사하기로 했다. 여행의 목적지는 캐나다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미국.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일개미 모드가 되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투잡도 뛰고, 최근에는 한국어 과외 알바도 소개받아 시간이 빌 때마다 다니곤 했다. (물론 생각보다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몇 번 하다 그만뒀지만..) 그렇게 한두 달을 정신없이 일에 미쳐 살면서도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미국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주는 설렘 덕분이었다. 그간 느꼈던 무기력함이 열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역시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건 행복한 순간이다. 물론 여행경비를 어느 정도 생각할지에 대한 약간의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일복은 많은지, 두 곳 매니저 모두 근무 스케줄을 던져주기 바빴고, 이번 주 Paycheck, 페이체크에서는 1,300불 정도가 들어와 있었다. 근데 좀 웃긴 게 택스만 200불이나 떼였다는 거. 물론 나중에 텍스 리턴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라지만, 그래도 좀 억울한 느낌이랄까?







나는 쉬는 날이면 그저 집에서 쉴 거다 하는 반면, 여기 외국인 친구들은 항상 무언가를 찾아서 하곤 했었다. 어찌나 열성적으로 할 거리들, 놀 거리들을 찾아 헤매던지. 나에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면 그들에게는 쉬는 날을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달까?


일하는 것만큼 쉼을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의 생활 태도 속에서 은연중에 배우게 됐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고 이후 내내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내 성격은 뭐랄까, 낯가림 + 소심 + 말주변 없음 + 친화력 제로의 종합세트랄까..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하지 않고 묵묵히 내 할 일만 하는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보스와 좋은 동료들 덕분에 어울리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났는데, 서로의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낯설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라고 딱히 그들의 행동에서 미성숙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열일곱 살에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일찍이 독립을 하고 혼자 돈을 벌며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눈망울을 반짝이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성숙과 미성숙을 넘어서는 어떤 인생에 대한 '태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곤 했었다.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중반.. 나이는 달랐지만, 옹기종기 모였던 우리들. 일하면서도 가십거리가 차고 넘쳤다. 속닥속닥, 손님이 없어 한가한 시간이면 우리끼리 킥킥거리며 19금 그 이상의 연애사도 엿듣기도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





일할 때는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기분이 상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몇 시간 전에 얼굴을 붉혀가며 씩씩거리다가도, 일하고 난 뒤에는 언제 그랬느냐 듯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수다 떠는 게 열에 아홉이었다. 일할 때는 별의별 개인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며 수다 떨던 친구들도, 막상 밖에서 만나면 일 얘기는 거의 꺼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너 그 옷 이쁘다, 어디서 샀어, 라든가 다음 주에는 여기 가서 맥주 한잔 하는 거 어때, 라든가 식으로 대화가 시작되어 편안 친구 사이에 오갈만한 내용들로 이어지곤 했었다. 그들의 그런 쿨한 태도에 일하며 서운했던 꽁한 마음도 스르르 풀리기도 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새로 오는 친구들도, 떠나가는 친구들도 참 많았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토론토에서의 생활들.

타지라는 낯선 나라에서 홀로 살아가기는 꽤 정말 많이 외로웠고, 많은 우여곡절과 때로는 그 힘듦이 극에 달아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이 경험이 거름이 되어 또 다른 나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지금의 내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남겨두고.. 내가 캐나다를 곧 떠난다는 소식이 스멀스멀 동료들 모두에게 퍼져갔고,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아쉬운데 그냥 보낼 수 없으니 스몰 파티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자꾸 물어와서, 나 며칠에 떠나니까 그 전날 어디든 가서 맥주나 하자,라고 말했던 것이 정말 악자 지껄한 홈파티로 발전되고 말았다.


파티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집주인 Jonalyn의 음식 퍼레이드부터 알아서 싸오는 안주거리들과 스낵, 와인과 맥주 등등. 이름도 잘 모르는 친구들에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까지 자꾸만 찾아왔다. 내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별파티가 되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스윗하게 나의 앞길을 축하해 주면서 마지막을 정말 따뜻하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시간들.


실컷 일했으니 이제 여행을 좀 즐겨봐야지. 마침 계획했던 여행 일정이 조금 더 여유로워져서, 여행 프로그램 시작 전 앞뒤로 3-4일 정도는 나 혼자만의 시간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미국 곳곳을 돌아보고 당당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겠노라. 그리고 그렇게, 캐나다 토론토에서의 생활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정말, 이제는 Bye, 나의 애증의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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