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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28.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이었다

에필로그(Epilogue)




4월이라는 봄에 시작해서, 뜨겁고도 강렬했던 빅토리아에서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 따라 토론토로 지역 이동을 해서, 춥고 얼음장 같던 토론토의 겨울을 지나, 다시 돌아온 봄... 내 워킹홀리데이 생활도 1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나는 홈스테이와 룸쉐어를 각각 경험한 후 자취와 요리는 나와 맞지 않구나를 격하게 깨달았고, 감사하게도 좋은 일자리들을 구해서 일하며 번 돈으로 여행도 다니며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도 많이 쓸 수 있었다. 


솔직히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처음부터 힘든 일도 많았고, 주변 친구들도 고생하는 케이스라고 할 정도로 탈이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이렇게 외로울 수 있나 싶었던 순간들도 정말 많았는데, 다행히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어쩌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을 그런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많이 배우고, 위로받고, 또 반성하고 하면서 내 내면이 차오르는 걸 많이 느꼈다. 그리고 힘든 날들을 지내오면서 그 속에서도 분명할 정도로 느낀 바가 있다. 확실히,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보다 캐나다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1년을 버틸 수나 있을까 싶었었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인데, 막상 그 시간들이 지남에 참 아쉬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여행을 더 많이 다니지 못한 한을 마지막에 미국 여행으로 풀 수 있어서 벅차고, 뭐라 설명할 수가 없는 감정들이 솟구쳤다. 


아쉽지만 행복하고 그립지만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직접 부딪혀서 얻은 경험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게 컸으니, 타국에서 생활을 하는 게 한국에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색다르고 재밌긴 했다. 자연이 예쁜 곳이라 그런 곳을 해 집고 다니는 것도 좋았고 그냥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 자체가 신기하고 특별했다. 경험이 별게 경험이냐 그냥 외국인이랑 영어로 대화 한마디만 해봐도 경험이지. 워홀은 진짜 영어/경험/돈 이런 거 다 떠나서 정말 '멘탈지키기!!!" 에 별표를 백개는 그려줘도 모자라다. 


좌절하면 멘탈이 끝도 없어 무너지게 되기 때문에.. 나도 처음엔 좌절을 여러 번 겪고 너무 힘들어서 다 그만두고 돌아갈까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생각했지만,  그때마다 응원해주고 다독여 친구들을 보면서 이 악물고 버텼다. 그런 시간들을 보낸 뒤에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됐고 '나'를 잘 안다는 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난 경험도 하고 영어도 공부하고 싶고 뭔가 더 성장하고 싶고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워홀을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결론적으로 결과가 어땠든 그냥 난 타국에서 열심히 살았고, 후회 없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버릴 줄 알게 되었고 나를 힘들게 하던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캐나다 워홀기를 돌아봤을 때 가장 뿌듯한 건 이렇게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본인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지겠지만....!


결국 노력하는 대로 얻을 수 있는 시간들이, 워킹홀리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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