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 아삭
물반 동치미반 섞어서
흰밥에 동치미 한대접으로
저녁 식탁은 소란 하다 ㆍ
부슬비는 겨울을 지나
어느 들녘에 몸살처럼 몸을 움츠리고
늙은 내 아버지는 틀이를 끼고
동치미 국물만 떠 마신다 ㆍ
그래도 삶은 그다지 지루하지만은 않은듯
매일 이어지는 사극 연속극을 보시는
재미로 배고픈 시절 한사발씩 먹던
겨울 동치미 맛을 국물 맛으로 대신하신다 ㆍ
아삭아삭 손주들은 동치미를 씹고
핏줄이 그리운 시대
어쩌다 온 손주가 먹는
동치미 씹는 소리를
즐거이 들으시는
내 아버지
삶은 무거웠지만
겨울 동치미 한사발을 후다닦 먹어 치웠던
젊은날
날마다 밥상을 차려 주던 아내는
중풍으로 자꾸만 눕기만 하고
아직은 놓을 수 없는 삶의 고된 끈들
아내에게 동치미 그릇을 밀어주고
일어나서 자꾸 걸어다녀야지 ㆍ
하고 오늘도 아내를 타이르는
내 아버지의 저녁 식탁은
아직은 살만 하신가 ?
겨울 동치미 한사발은
인생의 한고비를 넘길 때 마다
살얼음을 깨고 들이키고 싶은
속시원한 소화제가 아니였던가 ㆍ
아삭 아삭
아삭 아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