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겨울 동치미 한그릇

by 권길주


아삭 아삭

물반 동치미반 섞어서

흰밥에 동치미 한대접으로

저녁 식탁은 소란 하다 ㆍ


부슬비는 겨울을 지나

어느 들녘에 몸살처럼 몸을 움츠리고

늙은 내 아버지는 틀이를 끼고

동치미 국물만 떠 마신다 ㆍ


그래도 삶은 그다지 지루하지만은 않은듯

매일 이어지는 사극 연속극을 보시는

재미로 배고픈 시절 한사발씩 먹던

겨울 동치미 맛을 국물 맛으로 대신하신다 ㆍ


아삭아삭 손주들은 동치미를 씹고

핏줄이 그리운 시대

어쩌다 온 손주가 먹는

동치미 씹는 소리를


즐거이 들으시는

내 아버지


삶은 무거웠지만

겨울 동치미 한사발을 후다닦 먹어 치웠던

젊은날


날마다 밥상을 차려 주던 아내는

중풍으로 자꾸만 눕기만 하고

아직은 놓을 수 없는 삶의 고된 끈들


아내에게 동치미 그릇을 밀어주고

일어나서 자꾸 걸어다녀야지 ㆍ

하고 오늘도 아내를 타이르는

내 아버지의 저녁 식탁은

아직은 살만 하신가 ?


겨울 동치미 한사발은

인생의 한고비를 넘길 때 마다

살얼음을 깨고 들이키고 싶은

속시원한 소화제가 아니였던가


아삭 아삭

아삭 아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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