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1. 마음은 이미 달려가 있는데, 손끝은 망설인다.
내가 더 간절해 보이면 어쩌지, 혼자만 서두르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2. 그래서 기다린다.
상대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면서.
휴대폰을 켜고, 다시 꺼내고, 또다시 본다.
3. 아무 알림도 없다.
고요한데 마음은 더 시끄럽다.
“혹시,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일까?”
그런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거절의 순간이 두렵다.
애써 다가갔다가, 더 외로워질까.
4. 어느새 기다림은 계산이 된다.
“이번엔 내가 했으니, 다음엔 네 차례야.”
숫자로 잰 마음은 언제나 모자라 보인다.
5. 침묵은 그렇게 길어지고, 두려움이 천천히 둘 사이를 가른다.
먼저 연락을 주저하는 행동은 종종 ‘거절 민감성(관계에서 거절당할까 봐 불안을 크게 느끼는 성향)’에서 비롯된다.
관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거절의 두려움으로 가려져, 망설임과 침묵으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