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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식은 있는데 이혼식은 없을까

제74화

by 그래도

1. 결혼식은 늘 환하다.

하얀 드레스, 음악, 박수.

사람들은 시작을 축하하지만, 끝날 땐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이혼엔 꽃도, 음악도, 사진도 없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끝나길 바란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2. 결혼은 모두가 보는 약속이지만, 이혼은 아무도 모르는 이별이다.

세상은 그 상실을 기념할 자리를 주지 않는다.

서류 한 장이 지난 사랑을 덮고, 서명은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의 이별이 된다.

한때의 시간들이, 도장 하나로 마침표를 찍는다.


3. 이혼은 끝이 아니다.

헤어진 뒤에도, 마음은 자꾸 말을 걸어온다.

기억되지 못한 마음은 쉽게 낫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마음은 여전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남편’으로 살아 있다.


4. 우리는 시작만 축하하고, 끝은 숨긴다.

하지만 진짜 끝은, 인사할 때 온다.

이혼식이 없다는 건, 우리가 아직 작별을 두려워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오늘도 조용히, 아무런 의례 없이 사랑을 떠나보낸다.


결혼식은 모두가 함께 기억해주는 약속이지만, 이혼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별이다.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관계는 ‘미해결 애도(상실의 슬픔을 충분히 겪지 못해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상태)’로 남아, 떠난 사람을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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