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1. 어제는 맑다더니 폭우가 쏟아졌고, 오늘은 비라더니 햇살이 났다.
그럼에도 손이 먼저 날씨 앱을 연다.
믿어서가 아니라, 모른 채로 하루를 시작하기가 괜히 불안해서.
2. 누군가의 마음도 그렇다.
잘 믿기진 않지만, 그래도 짐작해 본다.
눈빛 하나, 말끝 하나를 예보처럼 읽는다.
‘오늘은 괜찮을까’,
‘이 말은 바람이 분다는 뜻일까.’
3. 마음속 예보에 기대어, 오늘은 조금 덜 흔들리면 좋겠다.
혹시 모를 마음의 소나기를 위해, 괜히 우산을 챙기듯.
그렇게 오늘도, 마음의 하늘을 살핀다.
4. 삶이 알려주는 건 늘 뒤늦다.
젖고 나서야 비가 왔다는 걸 알 듯, 다 지나고 나서야 그게 신호였음을 안다.
날씨도, 사람도, 결국 자기 길로 흐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하늘을 본다.
습관처럼, 거의 믿음처럼.
5.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날씨를 확인하며, 문득 내 마음의 예보를 떠올린다.
비는 언제쯤 그칠까.
아니, 그치지 않아도 괜찮을까.
사람은 모름에 대한 ‘불안(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운 마음)’을 견디기 어려워, 예측의 언어로 마음을 달랜다.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모름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