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기상청은 믿지 않으면서도 늘 확인할까

제75화

by 그래도

1. 어제는 맑다더니 폭우가 쏟아졌고, 오늘은 비라더니 햇살이 났다.

그럼에도 손이 먼저 날씨 앱을 연다.

믿어서가 아니라, 모른 채로 하루를 시작하기가 괜히 불안해서.


2. 누군가의 마음도 그렇다.

잘 믿기진 않지만, 그래도 짐작해 본다.

눈빛 하나, 말끝 하나를 예보처럼 읽는다.

‘오늘은 괜찮을까’,

‘이 말은 바람이 분다는 뜻일까.’


3. 마음속 예보에 기대어, 오늘은 조금 덜 흔들리면 좋겠다.

혹시 모를 마음의 소나기를 위해, 괜히 우산을 챙기듯.

그렇게 오늘도, 마음의 하늘을 살핀다.


4. 삶이 알려주는 건 늘 뒤늦다.

젖고 나서야 비가 왔다는 걸 알 듯, 다 지나고 나서야 그게 신호였음을 안다.

날씨도, 사람도, 결국 자기 길로 흐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하늘을 본다.

습관처럼, 거의 믿음처럼.


5.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날씨를 확인하며, 문득 내 마음의 예보를 떠올린다.

비는 언제쯤 그칠까.

아니, 그치지 않아도 괜찮을까.


사람은 모름에 대한 ‘불안(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운 마음)’을 견디기 어려워, 예측의 언어로 마음을 달랜다.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그 모름 속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keyword
이전 14화왜, 결혼식은 있는데 이혼식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