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1. 자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풀린다.
깨어 있을 땐 보이지 않던 순한 빛이 스며난다.
낮엔 세상과 겨루던 얼굴이, 밤엔 아이처럼 풀린다.
2. 잠든 얼굴엔 방어도, 다툼도 없다.
숨 쉬는 그대로의 모습만 남아, 있는 그대로의 생명이 드러난다.
그토록 맞서던 사람도, 잠든 순간만큼은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된다.
3. 그래서 우리는 잘 때의 얼굴을 가장 예쁘다고 말한다.
그 순간만큼은 꾸며진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가 보인다.
아무 말도, 어떤 역할도 필요 없는 얼굴.
그 앞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운다.
잠든 얼굴이 예뻐 보이는 건 ‘방어기제의 이완(깨어 있을 때의 긴장과 자기방어가 느슨해진 상태)’ 때문이다.
무방비한 생명 앞에서, 사랑은 가장 순한 얼굴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