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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은데 맞다. 그랬다. 반했다.

첫 만남


재수에 삼수를 했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알림이 왔다.

첫 글을 발행해보세요!


처음은 누구에게나 설렘인가 보다.

첫사랑. 첫 키스. 첫... 첫 만남.

뭐, 사실 난 첫 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다.

심지어 첫 태동. 첫 아이. 그런 것들에게도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를 처음 만났던 순간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아침 공기가 조금 쌀쌀했던 날.

처음 가는 날이라 쭈뼛쭈뼛했그곳에 내가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던 그런 곳.

조기 축구모임이 있었던 그 운동장 저 쪽에 남자 3명이 모여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 저 사람들 인가보다.. 괜히 왔나 봐. 드럽게 뻘쭘하네'


뻘쭘하게 서 있다가 단장님과 인사를 했고, 단원인 동네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아저씨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남자들만 우글우글 있는 축구팀에 매니저가 된 날이었다.


사실 거기서 내가 한 일이라고는 뭐 있겠나.

박수나 쳐주고. 물이나 한잔 가져다주고.

하루 각이었던 그 희한한 장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곳에서 오빠를 만났다.

오빠가 아니었으면 다음, 그다음 경기에도 나가지 않았을 거다.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 첫 만남에.

말 한마디 섞지 않았고, 공놀이를 하고 있는 오빠.

그 순간 오빠에게 반했다.

모자를 쓰고 제법 쌀쌀한 날에도 반바지를 입었던 오빠.

하얀 얼굴. 제법 큰 키.

해를 등지고 있었던가. 아니면 후광이라는 걸 보았던가.







우리가 결혼을 한 날.

식이 끝나고 우리는 공항이었다.

전화를 기다렸고, 예정된 시간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XX 라디오에 윤정수와 누구누구입니다~ 지금 막 결혼하신 커플들과 전화연결.. "

 

사실 벌써 10년 전 일이라 자세히는 기억나질 않는다.

고릴라였는지, 뭐였는지도.

진행자가 윤정수였던 건 맞는 것 같다.

하여튼 지금 막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가기 전인 커플들과 전화연결을 하는 그런 프로였다.


오빠랑 먼저 통화를 하고 내 차례.


" 신랑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내 대답을 듣고는

"어머~ 신부님이 신랑님을 더 좋아하시나 보다~ 막 후광이 비치셨어요? 하하하하"


모르겠다.

그때 그 순간에는 내가 오빠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 별로였다.

내가 오빠를 더 좋아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그것이 그렇게 비추어진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런데 고작 내 몇 마디로 내가 오빠를 엄청, 먼저, 더 좋아한다는 것이 탄로 나다니.

아니, 거기 DJ가 아니고 점쟁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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