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이야기
심해의 물을 퍼올려 검은 먹을 간다
먹빛의 물은 수백년 가문의 역사
살림을 배우고 매운 시간과
우물 속 침묵을 벗기고
항아리를 건져내
소금밭으로 구르니
서걱거리는 길 가시밭이었다
독안에 묻어 놓은 회한의 세월
아린 손끝으로
항아리를 닦고 지키며
햇살 한 줄기의 기운과
바람의 공기
비의 물방울
눈의 얼음을 가져온다
장독대의 세상엔
콩의 두근거림이 고여 찰랑댄다
타들어 가는 갈증은
씨간장으로
햇간장으로
덧간장으로
씨앗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곳간 열쇠의 눈물로 흘러내린다
시할머니의 날선 백발의 서리가 내리고
밤새 얼어붙은 고택 종부의 장은
가문의 귀한 열쇠로 부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