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by 고작가

모든 식당들이 그렇겠지만, 일식은 특히 활어를 취급하기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도가 음식 맛을 좌우한다. 그래서 새벽 수산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으면 노량진 수산시장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수산물의 경매가 시작되면서 대낮처럼 왁자지껄하고, 경매사들이 사들인 수산물은 어판장에 새벽 5시쯤 깔리게 된다. 일반인들은 새벽 5시경 수산시장엘 가는 일이 거의 없겠지만, 나처럼 일식이나 횟집을 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어 번 이상은 가야 한다. 수산물의 가격 동향도 파악해야 하고, 또 제철 수산물의 양이나 상태를 매일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침 6시의 수산시장은 참으로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게 움직인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물 좋은 생선들이 펄떡거리고, 해산물과 갑각류까지 바다가 내어준 모든 식재료들이 줄 세워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의 낯선 풍경중 하나는 일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외국인이란 점이다. 피부색이 우리와 비슷한 몽골, 동남아, 중국인들이 많고,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도 꽤 있다. 그래서 시장을 돌고 있으면, 마치 외국의 어느 시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수산시장에서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은 서툰 우리말로 “사장님, 싸요, 이거 좋아요” 외치는데 그 모습이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언제부턴가 몸을 써야 하는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산시장은 거의 모든 상점들이 대를 이어 영업을 한다. 때문에 수산시장 도매상인들은 20~30년의 장사 경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터줏대감 ‘킹구네’가 있다. 부모님이 장사하시던 때부터 거래해온 곳인데, 여기엔 아흔이 넘은 여사장님이 아들과 함께 장사를 하고 계신다. 연세가 아흔을 넘으시다 보니, 일흔인 우리 어머니도 이 분 앞에선 호칭이 '새댁'이 된다. 20년 전 처음 어머니가 노량진으로 장을 보러 가셨을 때,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큰 킹구네 사장님은 작고 여린 어머니를 보시곤 ‘새댁’이라고 부르셨다. 그러면서 "그렇게 쭈뼛거리고 있음 좋은 물건을 못 고른다"면서 당신 곁에 붙들어 놓고 가게에 필요한 생선을 이것저것 담아도 주고, 따뜻한 커피도 사주셨다고 들었다.


그렇게 2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킹구네 사장님은 여전히 수산시장을 지키고 계신다. 한번씩 바람을 쐬고 싶다며 아들을 따라 노량진을 나가시는 우리 어머니를 만나면 여전히 '새댁'이라고 부르신다. 어쩌면 어머니는 바람을 쐬고 싶다기보단 그 '새댁'이란 소리가 듣고 싶어서 한 번씩 수산시장엘 가시는 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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