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와 나를 보낸다

by 고작가

“코로나 충격에 자영업자 7만 5000명 가게 문 닫았다” (2021.01.25./스카이데일리)

“가게 접는데만 2000만 원.. 폐업할 돈도 없다” (2021.01.10. /이데일리)

“어디 안 힘든 곳 있으랴마는... 코로나 19 1년 벼랑 끝 자영업자들” (2021.01.07. /일요신문)


몇 줄의 짧은 기사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코로나를 버티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떠나는 중이다. 나이를 먹고 수없이 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무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별'과 같은 것들. 첫사랑과의 이별을 경험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냈을 때의 아팠던 경험을 나는 지금 또 한번 준비하고 있다.


마흔이란 나이에 들어섰을 때, 지금 운영 중인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돈과 시간, 부모님이 운영해 온 그간의 수많은 경험과 영업 노하우까지, 나에겐 미락 일식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만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지하창고를 식당으로 만들면서 고생했던 50일간의 첫 작업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몸무게 50kg대를 만들어 주었다. 마무리가 안 된 가게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 영업이 끝난 그곳에서 새벽까지 공사를 하고 2~3시간 쪽잠을 잤던 1번방. 새벽시장을 가기 위해 피곤한 몸을 누이고 쪽잠을 잤던 1번방에서의 수많은 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여름날, 에어컨도 설치 못한 찜통 같은 주방에서 밀려드는 주문표를 처리하기 위해 음식을 끓이고 볶고 튀기기를 반복하며 온몸에 땀띠가 나고, 하루에 속옷을 세 번씩 갈아입었던 불같이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부모님 같은 주방 식구들과 가게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홀팀 식구들까지. 잠자는 시간 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해 준 가게 식구들과의 수많은 추억을 결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이처럼 많은 추억을 뒤로 한 채 나의 첫사랑과 어쩔 수 없는 이별을 준비 중이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라는 시. 코로나가 터진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많은 바닥을 경험했다. 그 바닥이 처음엔 통장 잔고로 왔고, 차츰 돈을 넘어 내 몸과 마음,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다.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보험을 깨고, 신규대출을 받아도 가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처럼 지내 온 직원분들을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아침 일찍부터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재료들을 밤이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버려야만 했다.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여름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속고 속으며 지내온 지난 일 년간의 아팠던 시간들. '이 바닥이 끝이겠지' 했지만 더 깊은 바닥, 더더 깊은 바닥을 나는 지금도 가고 있다. 끝을 알 수 있다면 어떻게든 참고 버티며 걸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길의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너무도 아프고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지만, 나는 이 바닥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지금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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