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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바디연구소장 Oct 18. 2022

최대한의 이웃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산문집을 읽고

지난 주말 아침,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우리 아들의 마음이 분주해졌다. 엄마랑 약속한 포켓몬빵을 가기로  바로 그날이었기 때문이다.  주전부터 매일 편의점에 줄을 서서 포켓몬빵을 사보고 싶다고 보채던 참이었다. 포켓몬빵이 뭐라고,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애태우는지. 어떤  엄마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11 편의점 트럭을 함께 기다려 준다는데,  주말 오전 마트 오픈런 한번 못하겠나 싶어. 그렇게  보기로 했다. 종종 우연히, 대형 마트인데도, 포켓몬빵을 아주 우연히   적이 있는데, 정확히 언제 얼마나 입고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편의점에만 있는  아는지, 주변 누구도  마트에서 포켓몬빵을 사려고  서지 않았다.  역시 그랬으니까. 그래도 이날을 오전 오픈런을  보기로 했지만.


"아들, 포켓몬빵이 없더라도 실망하면 안 돼."

"엄마, 무슨 띠부씰이 나올까? 진화형 이 세대가 좋은 거래요."

"아들, 포켓몬빵이 없으면, 뭘 사 가지고 올까?"

"엄마, 내 친구는 띠부씰이 20개도 넘어요. 나도 얼른 모으고 싶어요. 고오스 빵이 있으면 좋겠다."

"아들, 오늘 없더라도 실망하면.. 아니다. 가자. 분명 있을 거야."


마트로 향하는 짧은 시간이 왜 이리 긴장되는지. 혹여나, 우리보다 1분이라도 일찍 온 누군가가 포켓몬빵을 모조리 사갔다면? 아니면 매일 포켓몬빵이 들어오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는가.

용감하게 먼저 달려간 우리 아들이 포켓몬빵을 발견했다. 무려 4개나. 모두 다른 모양의 포켓몬빵을.

"이거, 개수 제한 없나요? 다 사가도 되나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포켓몬빵은 우리들이 사간다고 누가 뭐라 그러겠는가. 편의점이 아니니, 괜찮은가 보다. 둘 다 감격해서, 신나서 빵만 들고, 장을 보지도 못하고 서둘어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로 마트 오픈런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에는 5개의 포켓몬빵이 입고되었다.

'세상에나. 이런 행운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드디어 포켓몬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운이 도달했구나.'


"엄마, 우리 가는 길에 아랫집 형아들 가져다줄까요? 무슨 띠부씰 나왔나 물어봐야지"

우리 아들의 이웃 사랑,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정신이 아닐까?


아랫집, 윗집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 아이들과 그 집 아이들.

때로는 먹을 것을, 때로는 장난감을 서로 나누며, 신나 한다. 오고 가는 것에 정이 싹튼다더니, 뭐만 생기면 아랫집 형아들 먼저다. 요즘처럼 이웃 가까이 지내기 어려운 시대에 이렇듯 애틋한 이웃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서로 나워 누고, 나눠 먹을 수 있는 정이 있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좋은 이웃 있는 사실로도 든든한 요즘이다.



최근 읽어 있는 허지웅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에서의 교훈처럼, 우리에게 좋은 이웃이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뭐니 뭐니 해도, 이웃이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너무나 멀기도 하고, 공존하면서도 공유하지 못하고, 참으로 복잡 미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가 던진 가볍고도 무거운 주제들,

이웃을 향한 애정, 이웃을 대하는 상식, 이웃과 공존하는 법, 이웃에 대한 나의 태도, 이웃에 대한 나의 사유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일상 속에서, 아니면 역사 속에서, 이웃의 의미를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 주위의 모든 이웃은 아니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함께 사는 공동체 안에서 찾아오는 행복감이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이웃과 인사 한 마디 더 나누면, 좀 더 마음 따듯한 하루가 되기도 하니까.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입니다."p. 127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p. 128.


이웃을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있지 않았나. 서로서로 일상 속에서 마음 공동체에서 실천해 가는 삶을 계속 살아갈  있다면 겠다.

요즘 부쩍  먹어도, 어딜 가도 이웃들 생각뿐이다. 윗집 엄마랑 함께 다시 와야지, 아랫집 아들내미 가져다줘야지. 가까이서 서로 살피니, 뭐가 필요한지,  일이 있는지  봐도 안다.


오늘 아침 마트 오픈런으로 사다 놓은 포켓몬빵도 나눠 먹어야겠다.


지난 주말 포켓몬빵   주고 뭐가 돌아왔? 아랫집 형아가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라 하는 마법천자문 책을 선물로 주었다. 빵맛 보다 서로 나누는 정이 배가 된다는  바로 이런 건가 보다.

나누면 배가 된다. 아까워하지 않아도 겠다.


#허지웅산문집 #최소한의이웃 #서로이웃 #이웃사랑 #포켓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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