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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3. 2023
한밤의 소동, 울부짖을수록 날카로워져
[리뷰] 울프 앨리스의 [Blue Weekend]
머큐리 시상식에서 <Visions Of A Life>(2018)로 우승한 4인조 인디 록 밴드 울프 앨리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2인조 체제로 시작하여 초창기 멤버이자 프런트우먼인 엘리 로우셸(Ellie Rowsell)과 조프 오디(Joff Oddie)를 비롯해 테오 엘리스(Theo Ellis, 베이스), 조엘 아미(Joel Amey, 드럼) 모두 휴식을 취했으나 6개월 만에 다시 모였다. "초반 작업을 위해 처음으로 다시 모였을 때, 저흰 서머셋에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에 갔어요.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세션을 하면서, 각자의 별의별 희한한 아이디어를 꺼내 보였는데, 진짜 재미있었죠." (<애플뮤직>) 이들의 브뤼셀에 있는 ICP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인 마커스 드레이브스(Markus Dravs)와 작업하며 녹음에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되었기에 앨범의 사운드는 타이틀인 '울적한 주말(Blue Weekend)'처럼 진솔하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거리두기의 여파가 있기라도 한 듯 한밤의 시작과 새벽녘의 끝을 알리는 수미상관 구조의 'Beach', 'Beach II'는 우정과 자연을 풀어가며 도입부와 맺음부를 잇는다. 긴장감을 적당히 유지하다가 락 왈츠로 증폭되는 'Last Man On Earth'는 아포칼립스 시대의 마지막 인간이라는 환상에 젖게 한다.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합창단의 가스펠을 만나 새벽의 고요함을 깨지 않되 극적인 서사시를 이룬다. "네 믿음에 돈을 걸어야 한다면 / 난 어디든 분산해서 걸겠지 / 거짓말에 거짓말이 반복되니까 / 넌 자신도 속일 수 있는 거야? / 그리고 다시 빛이 너를 비춰."
엘리 로우셸은 "동반자,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노래가 많으니 사랑과 불안이 앨범의 테마인 셈"이라고 하지만 "각각의 곡들을 따로 즐길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다. (<애플 뮤직>) 우리는 그가 겪은 우정과 사랑, 트라우마 때문에 사경을 헤맬 수 있다. 화려한 도시 LA에서 만난 한 남자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어두운 면과 성공의 열망을('Delicious Things'), 여성의 자기 인식과 섹슈얼리티를('Feeling Myself'), 실연 후 아픔을 달래며 미안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No Hard Feelings')
전반적으로 슈게이징과 드림 팝으로 겹겹이 쌓아올렸지만 잔잔한 포크 멜로디와 아카펠라, 하이햇 심벌과 레게 베이스를 접목시켰다. 또한 방탕한 기분을 무릅쓰고 볼륨을 과감하게 높인 펑크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다. "난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아 / 과거도 마찬가지로 돌아보지 않지 / 현재를 공허하게 흘려보내지만 / 선물처럼 잘 포장하거든." ('Play the Greatest Hits') 화자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나비처럼 날다가 일침을 날린다. "나를 불안정한 사람으로 생각하나 본데 / 글쎄, 기분이 나아지면 벌침을 쏠 거야 / 나를 꼭두각시 인형으로 생각했지? / 그녀를 약 올리면 이 꿀벌이 노래해 줄 테다." ('Smil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빨간 망토'처럼 울프 앨리스의 음악은 끝없이 변형되고 있다. 엘리 로우셸이 소프라노 음색으로 늑대처럼 가냘프게 울부짖는 'Lipstick on the Glass'는 자기 준거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이는트랙이다. ('full moon rising, but it's me who makes myself mad') 실제로 밴드명은 영국 작가 앤절라 카터(Angela Carter)의 단편소설집 <피로 물든 방>(1979)에서 영감을 얻었듯, 투어 디럭스 버전과 럴러바이 버전으로 잔혹동화를 재해석시키고 있다. <Blue Weekend>는 2021년 머큐리 상 후보로 또 한 번 지명되었고, 울프 앨리스는 2022 브릿 어워즈(2022 The BRIT Awards)에서 올해의 그룹(Group Of The Year)상을 수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