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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5. 2024
걸출한 싱어송라이터들을 호출하였음에도
[리뷰] 내셔널의 [First Two Pages of Fran...]
브루클린 출신의 록 밴드 내셔널(The National)이 돌아온다. <Sleep Well Beast>(2017)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상을 수상하고, 적잖은 여성 아티스트들(샤론 반 이튼, 리사 해니건 등)이 참여하며 경력의 정점을 찍는 <I Am Easy To Find>(2019)는 공동 제작자 마이크 밀스의 단편 영화를 오선지로 옮긴 작품이다. 2022년 5월, 내셔널은 2년 하고도 반 만에 다시 무대에 서며 작품을 기획했다. 9집 앨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은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 된 밴드의 담백함과 완숙함을 기린다. "<Alligator>의 흉포함도 있고, <Sleep Well Beast>의 실험주의도 있으며, <Boxer>의 단순 명쾌함과 아름다움도 있다"라고 아론 데스너는 말한다. (<아이뉴스>)
그동안 절필감을 느꼈던 프런트맨인 맷 베닝거의 보컬은 <프랑켄슈타인>의 첫 편지에서 유랑하는 월턴처럼 꾸밈이 없다. 'Tropic Morning News'는 강박적인 둠 스크롤링을 이야기하며 코로나 블루의 여파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피비 브리저스가 피처링한 'Your Mind Is Not Your Friend'에서는 공동 작사가이자 그의 아내인 카린 베서가 베닝거에게 조언을 남긴다. "이해가 안 돼?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라는 걸 / 마음은 손을 잡고서 / 아무 데나 떠나버리지." 피아노 반주가 들어간 'Once Upon A Poolside'는 수프얀 스티븐스를 만나 처량해진다. "당신이 말했던 걱정거리가 뭐였을까 / 우린 어떤 난관이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참여한 'The Alcott'은 최소한의 간섭만을 주는 위의 피처링 수록곡과는 다르다. 스위프트는 대등한 위치의 듀엣으로서 자신을 격상시켜 호텔 바에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구체적인 상황에 밀어 넣는다. 데번도프 형제의 퍼커션과 드럼, 그리고 바이올린이 서브 보컬을 대체하여 맡고 있고, 런던 컨템퍼러리 오케스트라의 도움을 받아 점층적으로 소리를 쌓아나간다. 'This Isn't Helping' 최후의 코러스 역시 비대한 발라드로 발전하지만 브리저스의 역할은 백그라운드에 머무른다.
갈라진 두 사람 뒤에 남은 온갖 잔여물을 통해 거리감의 깊이를 잰다. 제빙기, 폭탄을 닮은 일제 알람시계, 무지갯빛 유칼립투스, 비산 방지 설계가 된 창문, 매니큐어……. 일렉과 베이스 기타가 도드라지는 'Eucalyptus', 손뼉을 치는 소리와 은은한 신서사이저의 'New Order T-Shirt'를 필두로 저변에 사물이 깔려 있다. 이후 공항, 선물가게 등 공간으로 확장되는데, 바통 터치하는 'Ice Machines'은 부드럽지만 강인한 사운드를 빚어낸다. "나는 시계를 바라보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 우주는 텅텅 비어 있고, 이 방은 찜통이야." 내셔널의 장기인 'Grease In Your Hair'는 <Trouble Will Find Me>(2013)의 'Graceless'를 연상케 한다. "우리는 우주가 재배열하는 곳의 한가운데에 있는 거야."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은 이들의 테두리를 번지르르하게 채색하지 않는다. 묵묵하지만 소프트한 전개로 후반부에 가서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US 인디 록 신을 대표할 수 있는 전작들을 훼손하지는 않지만 뒤섞어 보존하는 방식 때문에 미덥지 않게 와닿는다. 걸출한 싱어송라이터에 덧댄 몇 곡들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관심의 불씨는 이내 꺼져버리고만 만다. 내셔널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연작 앨범 <Laugh Track>(2023)을 발매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