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다가 오지 않는 날입니다. 덕분에 이 카페도 오지 않을 날이려다가 오는 날이 되기도 했고요. 당신이 이 글을 보실 때가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늦봄이나 초여름의 밝고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날에 이곳에 오신다면 금세 제 이야기를 알아들으실 것이고 저와는 먼 날에 오시더라도 제가 본 것들을 상상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앉은자리에서 창 밖의 담장이 가까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담장 위로 초록색의 무엇들이 무성히 자라 있고요. 저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앉아있으니 내가 그 밖에도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었구나라고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아쉽기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앞섭니다.
우리가 가까이 붙어 있어도 어떤 말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멀리 있어도 어떤 말이나 마음으로 인해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 제가 있는 곳과 멀리 계셔도, 혹은 제가 온 날로부터 먼 날에 오셔도 너무 멀리 있다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에, 좋기만 한 이들과 함께 왔습니다. 아마 오늘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겠지만 대부분 좋다거나 그립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