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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왕 May 10. 2023

나의 깊은 취향을 저격하는 것들

우리는 으레 서로의 취향에 관해 묻곤 합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음악을 듣는지, 취미와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물음으로써 서로의 거리감을 조절합니다. 저 역시 상대방의 취향에 관해 묻기도 하고, 질문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고 가는 대답에 따라 낯선 사람과 확 가까워지기도 하고, 가깝다고 느꼈던 사람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취향에 관한 질문은 곧잘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람의 취향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저는 좀 난처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덥석 덥석 바구니에 담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치 배고플 때 대형마트 시식코너를 돌아다니는 것처럼요. 그런데 가끔 어떤 자리에서는 이 이야기가 무르익어서 더 진지해질 때도 있는데, 그러면 저는 더욱 대답하기를 힘들어합니다. 진심으로 ‘너는 무얼 좋아하니’라며 물어 오는 일은, 마치 제게 너는 어떤 것들을 사랑했느고 물어보는  같기 때문입니다.


제게 사랑은 취향 저 너머의 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담으며 느끼는 기쁨이나 만족과는 달리, 사랑 뒤엔 아주 깊은 상실감과 슬픔 또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때 이런 질문을 받으면 괜스레 오랫동안 생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여러 번의 문답을 거치고 오 고민 끝 제 취향의 공통점 정도는 발견해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다정하고 여린 것들과 사랑에 빠졌었습니다. 그것들은 본디 여리고 약해 보이지만 아주 깊숙이 우리에게 뿌리내리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랑이 떠나면 우리가 이렇게 깊게 그리움을 앓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그것들을 달래보고자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여러 말을 쓰겠지만 결국 많이 사랑하고 조금만 슬펐으면 좋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떤 말은 사람이 떠나도 그 자리에 남습니다. 그중 몇몇은 아주 자리를 잡고 깊게 뿌리를 내리기도 합니다. 당신에게도 그렇게 뿌리를 내린 것들이 다 다정하고 따뜻한 것들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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