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왕 Apr 23. 2023

들이찬 비처럼 울면서 깼습니다

어제는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먹고 돌아와서 곯아떨어졌는데 그 덕인지 또 당신의 꿈을 꿨습니다. 이번엔 당신은 나오지 않으시고 예전에 당신이 살던 집 방안에 제가 들어가 있는 꿈이었습니다.

그 방에 왜인지 빗물이 들이쳐서 세간살이들이 다 젖어있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마른 수건과 휴지를 가져와서 젖은 것들을 닦아내었고, 물이 묻지 않도록 바닥에 있던 기들을 높은 곳으로 올려두었습니다.


개중엔 내가 당신께 써준 편지들도 있어서 얼른 그것을 주워서 젖지 않게 책상 같은 곳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당신에게 한 번도 편지를 써준 적이 없었음을, 이것이 다 꿈인 것을 깨닫고 그 방에서도, 제 방에서도 들이찬 비처럼 울면서 깼습니다.



이전 04화 어떤 축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