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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록 Jul 17. 2022

자연과 나의 에너지를 섞어버려 2 - 저수지 알몸 수영



10년 정도 전에, 오늘처럼 매우 적극적으로 자연과 에너지를 섞은 경험이 있다.


대안학교 교사였는데, 완전 자연 속에 있는 학교였고 나는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수업이 모두 끝났고 비가 왔는데 자주 산책하는 저수지 쪽으로 비를 마구 맞으며 걸었다.      


비를 더 네추럴하게 맞고 싶어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 돌길에 떨어뜨리며 계속 걸었다. 그리고 저수지에 도착해 수영을 했다. 저수지의 끝에서 끝으로 수영을 해서 갔다. 끝에서 끝이 20미터가 안 되는 작은 저수지였다.


끝에 도착해 발을 저으며 떠있었는데 비가 멈췄다. 그리고 저수지의 아래가 훤히 보였다. 비가 올 때는 빗방울이 수면을 때려 아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비가 멈추니 쓰윽! 하고 그 끝없는 깊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재빨리 난간을 잡았다.


다시 수영을 해서 저 끝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데 몸이 안 움직였다. 소리를 질러서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 주변에는 원래 사람이 없었고 또 하나 없는 것이 있었다. 옷.     

 

한참을 망설이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수지 아래가 어두워지니 더 무서웠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건너가자. 아까랑 같은 물이다. 그냥 가자.’


하는 생각을 수천 번을 한 후에 애써 침착하게 수영을 했다. 물 밖으로 나왔고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왔던 길을 다시 맨몸으로 걸었다. 길 위에 떨어져 있는 옷을 하나씩 주워 올려 몸에 걸쳤다. 돌아가는 길 가장 끝에 신발이 있었다. 물에 불어 하얘진 발을 신발 안에 넣고 학교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나의 달라진 에너지를 느끼며.


학교에 거의 도착했을 때 한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도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었고 쫄딱 젖은 나를 보더니  

"비 실컷 맞아서 좋았겠네?" 하면서 웃었다.


그와 결혼했다. 그리고 우리보다  강력한  딸을 낳았다. 에너지가 그렇게 섞이고 섞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자연과 나의 에너지를 섞는 . 젊었을  과감하게 하길  잘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깊이 섞으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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