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과나 Mar 17. 2022

"소리 질러" 대신 "박수 질러"... BTS PTD

공연은 관객과 함께 이루는 것이라는 깨달음

"박수 질러~."


공연 전 사운드체크에서 BTS 맏형인 석진이, 공연 중 앞으로 남은 곡들도 신나게 놀아보자며 제이홉이 한 말이다. 원래라면 "소리 질러"가 나왔어야 할 곳이다. "와아아아~ 꺄아아악" 대신 "짝짝짝짝" 클래퍼 소리가 콘서트가 열린 잠실주경기장에 울려퍼진다.


2년여 전, 한 손엔 아미밤을 들고 또 한 손엔 망원경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입으로는 정해진 응원법을 외치거나 함성을 지르고, 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점프를 하며 관람하던 콘서트의 풍경이 바뀌었다.

             

▲ 클래퍼 함성이 금지된 공연에서 박수소리를 크게 낼 수 있도록 하는 응원도구

ⓒ 최혜선


한 손에 아미밤은 그대로인데 다른 한 손엔 클래퍼를 들었다. 종이 슬로건을 부채처럼 접어서 가방이나 손, 허벅지에 쳐서 소리를 내는 도구다. 일어설 수도 점프를 할 수도 없다. 공연장 안에는 구역구역마다 '함성 대신 박수'라는 팻말을 든 진행 요원들이 관객들을 향해 서 있다.


마치 밴드의 드러머가 된 양 두 손을 다 써서 아미밤을 흔들고 클래퍼를 치며 공연을 관람했다. 콘서트 다음날은 원래라면 흥분 속에 함성을 질러댄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안 나와야 하는데 클래퍼와 아미밤을 격렬하게 흔들어댄 탓에 어깨에서 반응이 느껴진다.


관객 없는 온라인 공연을 봤을 때


864일 만에 잠실 주경기장에 방탄소년단이 돌아왔다. 2019년 10월 29일에 열린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THE FINAL]의 3회차 공연 이후 열린 첫 오프라인 공연 3월 10일까지를 디데이 계산기로 세어본 결과다.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것을 주된 기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에게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는 2년 여의 시간은, 메인보컬이자 팀의 막내인 정국의 말을 빌리자면 "체감으로는 23년을 못 본 것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2020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월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잠실 공연이 취소되고 연이어 북미, 유럽에서 예정되었던 콘서트도 코로나로 인해 모두 취소되었을 때 방탄소년단은 처음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시도했다. 당시 관객 없는 온라인 공연을 본 나의 감상은 이랬다. 이것이 공연의 미래라면, 팬들의 함성과 기운을 아트스트에게 어떻게 전달할지가 관건이 되겠구나.


첫 온라인 공연이었던 '방방콘 THE LIVE'는, 팬들에게는 온라인으로나마 내 가수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어 좋았겠지만 가수들은 달랐을 것이다. 팬들을 만나지 못하고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카메라 앞에서만 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너머로 전세계에서 팬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실감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2시간 이상 이어지는 무대에서 힘이 들 때, 팬들의 함성 소리에 없던 힘도 다시 차오르는 공연의 매직까지는 경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공연의 주인공은 아티스트라고만 생각했다. 가끔 공연을 하고 싶고 팬들이 그리울 때 콘서트에서 팬들이 떼창으로 불러주는 노래를 듣는다는 말을 한 멤버가 했을 때, 그냥 정 많고 다정한 사람이라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팬들의 함성 없이 카메라만 두고 진행되는 공연을 보다보니 알게 되었다.


목이 터져라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법을 따라하는 관객은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구나.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뭔가가 사라진 후에야 그것의 빈 자리를 알 수 있다는 격언을 온라인 콘서트를 보며 실감했다.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인 MAP OF THE SOUL ON:E 공연에서는 추첨을 통해 당첨된 팬들이 콘서트를 즐기는 영상을 공연하는 가수들이 볼 수 있도록 코너를 마련했다(당첨된 팬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문제 없이 송출되는지 리허설도 했다).


그 후에 열린 온라인 팬미팅 '소우주' 공연에서도 변화를 주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들이 볼 수 있도록 관객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큰 화면을 놓고 (역시 사전 신청을 통해 당첨된) 팬들이 콘서트를 즐기는 영상을 노출시켰다. 팬들의 함성 소리도 간간이 공연에 넣었다.


팬들과 만날 수 없는 비대면 상황의 한계를 기술력을 동원해서 극복하려는 노력이 여럿 시도되었지만 아직까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가수와 팬이 주고 받는 상호작용을 실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함성과 기립이 금지된 공연, 어땠냐고?

             

▲ 방탄소년단, 2년 반 만에 대면콘서트 방탄소년단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국내 대면 콘서트는 2019년 10월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시리즈의 일환으로, 12일과 13일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마침내 2월 16일, 팬데믹 상황에서 2년여 만에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공연이 공지되었다. 내가 그 공연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침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팬들을 앞에 두고 무대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못 봐도 좋으니까, 멤버들이 아미들 함성 들으면서 공연할 수 있게 해주세요,가 팬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잠실 주경기장의 수용인원은 6만5천여명에 이르고 무대장치와 시야를 감안하면 한 번의 콘서트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4만5천명 가량이다. 이번에 허가받은 1회 공연의 수용인원은 1만5천명. 거리두기로 두 좌석 당 한 좌석을 비우고 3층 좌석은 풀지 않았다.


오미크론 시기에 허가를 내준 당국으로서는 1만5천명이 최선이었겠지만 방탄소년단의 팬덤 규모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규모다. 3일간의 공연 좌석을 모두 합해도 4만 5천석인데(4만 5천석이 적은 규모라고 느끼게 하는 방탄의 파워) 티켓팅을 위해 서버에 접속한 대기인원이 20만명이 넘었다.


2년 넘게 공연에서 실제 방탄소년단을 만나지 못한 팬들의 간절함도 그만큼 컸기에 티켓팅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10일,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SEOUL 공연 당일이 왔다.


코로나 시대에 열린 공연이라 함성과 기립이 금지되었다. 함성과 기립 없이 공연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정말 아미가 함성과 기립 금지라는 제한을 잘 지킬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될 걸 알았다.


살(함성)을 내놓고 뼈(대면 콘서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번에 우리가 잘 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콘서트에 참석했다. 증상은 없지만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음성을 확인하고 콘서트장으로 출발했다.


2년 반만에 보는 방탄소년단을 눈 앞에 두고도 함성은 삼키고 클래퍼만으로 내적 흥분을 발산했다. 결과는 어땠냐고? 이를 악물고 클래퍼만 치는 팬들에게 슈가는 "여러분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감동받았다"라고 말했다.


리더 RM은 엔딩멘트에서 "내가 그때 점프도 못하고 박수만 쳤어, 믿어지니?"라고 아들 딸들에게 말할 수 있는 역사적인 공연을 같이 즐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그 역사적인 공연에서 나는 클래퍼 소리, 아미밤 물결 속 작은 불빛으로 내 몫을 해냈다.


멤버 뷔는 아미들의 목소리 대신 박수를 들으니 다음엔 기필코 목소리를 들을 거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나에게도 같은 목표가 생겼다. 다음에는 기필코 떼창을 들려주겠다고.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 클래퍼로 내 몫을 해야 할 12일, 13일 두 개의 티켓이 더 남아 있다. To be continued.

             

▲ 방탄소년단, 진정한 Permission to Dance 실현 방탄소년단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국내 대면 콘서트는 2019년 10월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시리즈의 일환으로, 12일과 13일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 빅히트 뮤직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발행된 바 있습니다. 

이전 01화 덕질을 권하노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