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미국의 민낯

부족한 시민의식

by Jin

2020년 1월쯤 런던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퍼졌다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왜냐하면 언론이 그깟 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법석을 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등처럼 조금만 퍼지다 말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2월 말쯤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우리나라에도 확진자가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의 일인 줄 알았다. 나는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 땅에 있었으니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때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어? 생각보다 심각하네.

딱 이 정도 느낌이었다. 언론에서 마스크의 중요성에 대해 한참 떠들어 댈 때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늘더니, 이번엔 미국으로까지 유입이 되었다. 바이러스는 미국 땅을 밟자마자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미국은 혼돈에 빠졌다.


4월쯤 예정되어 있던 파리, 바르셀로나 여행이 취소되었다. 물론 내가 취소한 게 아니라, 항공사에 의해 취소당한 거였다. 그때쯤 코로나의 심각성을 느꼈다. 미국은 확진자 수가 증가하다 못해 폭발하고 있었다. 연일 뉴스에는 코로나 속보가 흘러나오고, 엄마, 아빠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화난 미국인들이 아시아인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인종차별도 심해지고 그에 대한 범죄도 계속 증가했다. 나는 무서워서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내가 밖으로 나갈 때는, 식료품이 다 떨어졌을 때뿐이었다.


식재료나, 화장지가 다 떨어졌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이젠 마스크도 사야 할 것 같았다. 한국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분위기였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미국인들은 싫어했다.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미국인들의 시민의식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을 여기서 깨달았다. 바이러스가 이렇게 퍼지기 시작하면 마스크를 쓰는 게 정상 아닌가?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행위는 안전불감증이나 현실도피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점차 심해지면서 하나둘씩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쓰지 않겠다고 시위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들이 외친 구호는 ‘자유’이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인데 왜 마스크 쓰는 것을 강요하냐 이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유의 뜻을 잘못 알고 있다.


미국은 분명 민주주의이고 자유의 나라가 맞다. 경제체제가 정부에 의해서 억압받지 않고, 시민들은 각자 경쟁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자유를 부여받는다는 것이 완전한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 법이 있다. 시민들은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통념과 규칙을 지키는 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각자가 행하는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치자.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행위도 자유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결국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결정 속에는 막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자신이 그 책임을 모두 질 수 없다면 이런 가벼운 결정은 안 하는 것이 좋다. 더욱이 이 병은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병이다. 사람의 목숨을 개개인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자유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면에 대해서 무지했고 나는 그런 미국인들을 보고 시민의식이 낮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처음 마트를 갔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무슨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생활필수품들이 전부 텅텅 비어있는 것이었다. 특히 화장지는 어떤 마트를 가도 살 수가 없었다. 마스크도 마찬가지였다. 동내에 모든 마트, 편의점을 돌아다녔지만 화장지와 마스크만은 구할 수가 없었다. 마스크를 못 구한 사람들은 천으로 입을 가리고 다니기도 했다. 미국의 다른 민낯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신하는 미국이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보급은 턱없이 부족했고, 시민들은 매너가 없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필수품들을 한 명이 대량으로 구매해가고, 정부는 필수품들을 재때재때 보급하지 못했다.


결국 마스크는 한국에서 택배로 보내줬다. 나중에 한국에서 외국으로 마스크를 발송하는 것이 금지되긴 했지만, 그전에 넉넉히 받아놔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미국에 실망감이 많이 들었다. 특히 그들의 시민의식은 상상 이하였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시민의식이 다른 것이 아니었다. 자유는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이 책임을 망각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다. 어서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끝내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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