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느낀 점

인종차별은 미국만의 문제일까?

by Jin

모두들 한 번씩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외국으로 나가면 인종차별이 심하니 조심하라고. 사람들이 외국으로 여행 가거나 유학 준비를 할 때면 항상 물어보는 것들이 있다.


“이 나라는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하나요?”


내 생각에는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는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국도 인종차별은 있다. 특히 관광객보단 이민자에게 인종차별이 두드러진다. 다만 이민자의 수가 적다 보니 인종차별 사례도 적을 뿐 나는 우리나라도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인종차별이 어느 정도 일까?
그리고 한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입장으로써 인종차별에 대해 느낀 내 감정을 서술하려 한다.


1. 미국

미국은 참 특이한 나라이다. 각 나라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다. 다양한 인종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나라 미국. 말만 들으면 인종차별도 없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것만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있기에 그만큼 인종차별도 심하다.


최근에 미국에서 아시아인 혐오가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 동부 쪽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마 코로나가 중국에서부터 퍼졌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아시아 혐오가 더 심해진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시아 혐오는 옛날부터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트집 잡을 것이 생겨난 것뿐이다. 아시아인뿐만이 아니다. 저번에는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으로 흑인 혐오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그 사건으로 인해 BLM(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의 흑인 혐오 반대 운동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었다. 일련의 사건들로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종차별이 덜한 도시들에서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엔 샌프란시스코 쪽에서 살다가 나중에 엘에이로 거처를 옮겼는데 둘 다 캘리포니아 안에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모든 주(州) 중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곳이다. 그래서 미국의 다른 주(州) 보다 인종이 다양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가 인종이 다양한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문화나 분위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하여 타인종을 받아들이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미국의 다른 주에 비해서 개방적인 편이다. 즉 인종차별도 미국에서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캘리포니아도 인종차별이 있다. 개인이 개인에게 하는 인종차별도 있고, 사회적으로 형성된 인종차별도 존재한다.


개인-> 개인

개인이 개인에게 인종차별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나도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인종차별을 당해본적들이 있다. 가령 그냥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시끄러운 음악을 빵빵 틀고 흑인 무리 4명이서 차를 타고 나 한 명을 향해 욕을 하면서 지나간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엿이나 먹어라” 등등. 하지만 이건 귀여운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요새 동부 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이나 내 친구들이 동부에서 받은 인종차별은 더 심각하다. 브루클린에서 공부했던 내 친구는 귀갓길에 흑인들에게 돌을 맞으면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인종차별당하는 일을 사실 조금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막상 당했을 때 생각보다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 인종차별은 더 심해졌다. 평소 아시아인들을 싫어하던 미국인들은 이때다 싶어서 대놓고 차별하기 시작했다. 나도 트럼프가 당선되고 하루 이틀 후에 인종차별을 당했었다.


나는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한 남미인이 내 옆에 앉더니 자신의 신발이 더러우니 나보고 신발을 핥아서 깨끗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한번 더 물어봤지만 대답은 같았다. 그래서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냐 물어봤는데 그냥 자신의 신발이 더러워서라 그랬다. 그러면서 당장 핥지 않으면 내가 널 해할 수도 있다고 말을 했다. 나는 사실 무서웠다. 그 사람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흉기나 총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나는 최대한 지하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나도 최대한 그 사람의 시선을 돌리려고 노력하고 동문서답, 횡설수설을 하면서 지하철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사실 내가 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끌었는지도 까먹었다. 결국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꽤 충격을 먹었었다. 그 자리에서 겁먹었던 것도 있었지만, 내가 그런 모욕을 당했다는 게 치욕스러웠다. 사실 미국 유학을 결심하면 이런 정도의 인종차별까지는 감수를 하고 가야 한다. 하지만 막상 당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


사회적, 구조적 인종차별

인종차별은 외국인에게 놀림이나 조롱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이나 구조적 차원에서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보통 취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을 많이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미국의 취업시장에서 백인을 제외한 아시안, 흑인은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헌법에서 흑인을 차별한다는 문구를 없앴지만 아직 사람들 사이에서는 은연하게 남아있다. 아시아인은 흑인과 다르게 ‘외부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취업시장에서 소외받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몇몇 머리 좋은 아시아계 유학생들의 미국 대기업 성공 사례들을 보면 취업이 잘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백인과 아시아인이 있으면 백인이 먼저 채용될 것이다. 그 아시아인이 태어날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 이어도 말이다. 왜냐하면 아시아인은 외부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왜 미국엔 인종차별이 있을까?


사회적 차원에서 인종차별이 형성되는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오랫동안 쌓인 고정관념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흑인은 머리가 안 좋다, 범죄율이 모든 인종 중에 가장 높다 와 같은 인식이 박혀있다. 저번에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이유도 이와 같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런 안 좋은 인식은 흑인의 취업률에도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트, 쇼핑몰, 음식점을 돌아다니먼 흑인 점원은 현저하게 적다.


아시아인도 고정관념이 있다. 아시아인은 흑인에 비해 긍정적인 고정관념인데 돈이 많다, 머리가 좋다, 이방인이다, 영어를 못한다 와 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아시아인이 가장 많이 당하는 인종차별은 혐오범죄이다. 아시아인에 대해 혐오가 왜 생기는가? 왜냐하면 아시아인은 ‘이방인’인데 미국에 와서 미국인들의 자리를 뺏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들과 같이 자라왔고 정당하게 경쟁해 취직을 했지만 비(非) 아시아인이 바라보는 시선은 자신의 밥벌이를 뺏어갔다는 시선이다.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으로 와서 자신의 돈을 내고 미국에서 공부하겠다고 왔는데 시선이 곱지 않다. 대학교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 유학생이 와서 그 자리를 다 차지해 버리니 화가 날만 하다.


내가 당했던 인종차별들은 주로 흑인에게 당한 것이었다. 백인은 인종차별을 대놓고 하지 않는다. 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보니 백인은 아시아인으로 인해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흑인들은 피해를 입는다. 아니 흑인들은 자신들이 아시아인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가난의 대물림 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일자리를 못 구하고 계속 가난한 탓을 아시아인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취직이 힘든데 아시아계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어지니 계속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혐오 범죄는 중산층 이하의 백인들에게도 나타난다.


그렇다고 이것은 흑인들이 문제다, 다른 인종이 문제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몇몇 열등감이 있는 흑인이나 백인들이 그 전체의 물을 흐리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흑인이든 백인이든 히스패닉이든 인종차별주의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그저 이런 고정관념과 혐오감이 사회 전체적으로 사라졌으면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과 혐오는 인종차별의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시아인이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이방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지만 적어도 우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갈 때 이런 취급을 당할 것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2. 한국

인종차별이 미국 같은 나라에만 있을까? 인종차별은 영국, 호주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분명 있다. 왜 갑자기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적다가 한국으로 넘어가냐 하면 한국의 인종차별과 미국의 인종차별을 비교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다.


한국은 미국과 완전히 다른 나라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지만 한국은 한민족의 나라이다. 한국은 우리가 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는 나라이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보다 확실히 외국인의 비율이 적긴 하다. 외국인 이민자도 별로 없고 최근에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유학생도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에 척박한 나라이다.


미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타 인종을 혐오하지 않는다. 다만 ‘무시’ 할 뿐. 우리는 타 인종을 가지각색의 이름으로 부른다. 백인은 ‘양놈’ 흑인은 ‘흑형’, 타인종이 아니지만 중국인은 ‘짱깨’ 일본인은 ‘왜놈’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무시한다. 동남아시아 사람이나 중앙아시아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리와 외형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면 경계부터 하고 본다. 실제로 방송에 나오는 타 국적의 한국인 이민자들은 대부분이 인종차별을 받으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타국적의 사람들을 차별하고 무시하긴 하지만 그 사람들을 상대로 범죄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별을 덜 하거나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치안이 좋아서 그런 것이다. 애초에 미국은 치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안 좋다.


우리나라는 이런 ‘내로남불’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종차별이 없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미국에서 살아본 결과 인종차별은 확실히 한국보다 덜하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다른 인종으로써 홀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걱정하기 전에 국내에 있는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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