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나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거의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첫 번째는 인종차별이 두려웠고, 두 번째는 코로나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LA는 인종차별이 다른 곳에 비해서 가장 적은 지역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미국이 혼란스러워진 지금,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수업도 모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밖으로 나갈 때는 식료품이나 필수품이 다 떨어졌을 때뿐이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학교 가기도 귀찮았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방학 때는 친구들도 못 만나니까 이김에 게임이나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학교를 안 다니다 보니 내가 마음대로 자거나 일어날 수 있게 됐고, 거기에 게임까지 더해지니 하루 사이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전 7시에 자고 오후 4시에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햇빛을 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일어나서 첫 끼를 먹으면 해가 지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때는 완전 밤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가 가고 집에만 있으니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먹는 것도 잘 못 먹고 말수도 줄어가니 외로움으로 우울증이 올 지경이었다. 인간은 햇빛을 보며 살아야 한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루 사이클이 망가지니까 불면증도 왔다. 오전 7시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오전 10시에 잔적도 많았다. 분명 졸려서 자려고 누웠는데, 눕자마자 귀신같이 잠이 안 온다. 또 일어나 있으면 피곤하다. 두 시간 동안 뒤척이면 내가 지쳐서 일어난다. 이렇게 사람이 힘들면 친구들과 놀면서 힐링을 받아야 하는데, 만나지를 못한다.
코로나는 내 대학생활 말년을 이렇게 망쳤다. 나는 마지막이니,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가족들도 내 졸업식에 초대하고 하려 했는데, 다 망했다. 봄방학 때 가려했던 파리/바르셀로나 여행이 취소되고 가족들은 내 졸업식에 못 오게 되었다. 졸업식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여행은 개뿔 밖이 무서워서 나오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집에서 핸드폰, 노트북만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으니 머리가 아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밖에 나와서 산책을 했다. 물론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밤에 말이다.
학기가 시작되면 비록 비대면 수업이지만 그나마 괜찮았다. 내 할 일이 생기니 이만큼 좋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숙제하고 시험공부하는 것이 재밌을 정도였다. 무기력하고 피폐한 삶을 살다 보니 공부가 재밌는 때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마스크도 생기고 집에서만 있는 삶이 지겨워져서,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친구들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니까 머리가 훨씬 맑아졌다. 친구들하고 같이 밖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여전히 밖에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상상과는 반대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나만 방 안에 틀어박혀서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는 점점 늘어나고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점점 박탈당하기 시작했다. 늦은 밤까지 마음대로 못 놀고,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못 간다. 그럴수록 이 분위기에 잠식되어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가끔씩은 친구들도 만나고 가고 싶은 곳도 자유롭게 가주는 것이 좋다. 안전을 최대한 지키는 것은 좋으나, 결국엔 자기 자신이 우선이다. 자기 자신이 망가지기 전에 좀 더 자신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마스크는 내리지 말고 남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