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보다 졸업을 먼저 택하다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다

by Jin

나이 스물넷. UCLA에 편입해서 온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때의 나는 엄청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학교를 휴학하고 군대를 갈까, 아니면 그대로 졸업을 먼저 할까. 보통 사람의 경우는 대학을 다니던 도중에 군대를 간다. 편입생의 경우도 비슷하다. 편입하고 1년 뒤가 군대를 가기 가장 적기이다. 하지만 무조건 보통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첫 학기에 학사경고를 받은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학기에는 성적이 더 잘 나왔고, 마지막 학기 때는 성적이 더더욱 나아졌다. 일 년에 학기가 3번 있는 우리 학교의 특성상 단점을 보완하고 학점을 올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리고 나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했다. 군대를 다녀오면 영어를 많이 까먹고 공부하는 감각도 잊어버린 채로 올 것 같았다. 솔직히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이 흐름을 놓치기 싫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 와서 지금처럼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이제 겨우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군대를 갔다 오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학사경고를 한번 받아놓은 상태였기에, 한 번이라도 더 실수하면 나는 학교에서 퇴학당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나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했다.




나는 더 이상 외로운 게 싫었다. UCLA로 오고 난 후 1년간 나는 나와 맞는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갔다. 덕분에 나는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군대를 다녀오면 미국에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군대를 다녀왔거나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군대를 간다면, 모두 졸업하고 없을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내가 전역하고 복학을 한다면 미국에 나는 혼자 남겨지게 된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게다가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다. 만약 미국에 나 혼자밖에 없다면 외로움을 많이 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이 오면, 삶에 대한 낙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것은 동시에 학업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리게 한다. 나는 그것이 무서웠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인간관계를 놓치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여기 남아서 대학생활을 할 동안 나는 군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서로 간의 접점이 점차 사라지게 되고 결국 연락이 끊길 수도 있다. 나는 친한 친구들과 소중한 인연들을 놓치기 싫었기에, 또는 조금이라도 더 그들과 재미난 추억을 쌓고 싶었기에 지금 당장 군대를 가기 싫었다.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그때 내 생각은 그러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간다면 나에게 오는 불이익도 있었다. 바로 취업하기 불리하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닐 동안은 취업하기 유용한 정보를 들을 수도 있고 인턴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하지만 군대에 있으면 취업준비를 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대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학교는 꽤 큰 학교였기에 대기업에서 학생들을 뽑아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냥 뽑아가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고,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이것저것 준 다음, 다른 전형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대기업마다 있는 해외채용 전형이라고 해외 대학생들끼리만 경쟁하는 유용한 제도이다. 그래서 해외채용 전형으로 서류를 넣게 되면, 한국에서 정석으로 대기업을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해외채용 전형은 공채가 아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하는지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 대기업에서는 자사 직원을 특정한 학교로 보낸 후 해외채용에 대한 정보를 뿌리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경쟁자도 적어지고 그 직원한테서 취업에 유리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가면 놓치는 기회가 또 있다. 바로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프로그램이다. OPT 프로그램은 간단히 말하면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취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대학교 졸업을 하고 나면 비자가 만료되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opt에 신청을 하면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가버리면 사실상 opt를 얻을 기회는 없어지고,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




이렇게 좋은 기회들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었다. 내가 객관적으로 봐도 이것은 무리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계속 졸업하고 군대를 가는 쪽으로 기울었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너에게 있는 사사로운 인연보다 너의 먼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사사로운 인연들은 이미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알고 있었고, 인간관계가 내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군대를 미루기에 이러한 이유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었다.


또한 전역을 하고 난 후 좋은 학점을 받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군대를 미루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좋은 기업에 들어가려면 학점을 잘 따놓는 것도 중요하기에 나는 결국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가는 것을 택했다. 어차피 나는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opt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상관없었다. 해외채용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조금 아쉬웠는데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인간관계와 학점 두 가지를 바라보고 군대를 미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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