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극복하지 못하다
UCLA에서의 첫 학기가 끝이 났다. 내 인생에서 정말 어려웠던 기간 중에 하나이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는 번아웃 현상이와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갔다. 11주 안에 학기를 끝내야 하다 보니 매주 큰 과제와 시험이 있었다. 이것을 따라가기도 바쁜 나는 잠을 줄이면서 몸이 고생을 해야 했다.
정신적으로는 삶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힘들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를 넘어 근본적인 문제, 삶을 왜 살아야 하는가까지 넘어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미래에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현재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 과제와 시험의 늪에 빠진 상태에서 계속 삶의 동기부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학기가 끝났다.
나는 전과목 C가 목표였다. 솔직히 공부를 더 이상 하기도 싫었고, 졸업은 c만 맞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것부터가 문제였다. 나는 세 과목 중 두 과목에서는 c를 맞는 데 성공했으나 남은 한 과목은 결국 F를 맞게 되었다. F를 맞은 과목은 교양수업인 역사수업이었다. 역사수업은 모든 사람들이 어렵다고 만류했지만 내 고집으로 들은 수업이었다.
나는 충격 먹었다.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 시험지와 에세이를 채점한 조교를 처음에는 원망했었다. 돌아보면 결국 내 문제였다. 수업이나 토의 수업도 많이 빠졌었고, 과제도 제출 안 한 적이 많았었다. 그렇게 시험에만 몰두하다 보니 에세이 같은 면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F도 F지만 제일 큰 문제는 내가 학사경고를 받았다는 점이었다. 어느 날 학교 인사과에서 이메일이 날아왔었다. 그 내용은 내가 학사경고를 받았으니 학교 카운슬러를 만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무서웠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제적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카운슬러는 나에게 왜 F를 맞았는지 물어보고 혹시라도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리고 나에게 한 번이라도 더 F를 맞으면 제적당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었다.
학사경고를 받은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아무리 첫 학기 때 방황을 했더라도 학사경고까지 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밑바닥을 찍은 것 같았다. 이렇게 벼랑 끝까지 내몰리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졸업은 하고 싶어 하는구나. 까짓 거 공부 한번 해보자.
학사경고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고 동시에 마인드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학기 때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던 나에게 확실하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졸업은 하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제적을 당하는 것도 싫었던 나는 다음 학기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필요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