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15년 차 러너가 건네는 이야기.
아침이면 아직 눈커플에 가득한 졸음을 겨우 몰아내고 러닝을 하기 위해 옷을 입습니다. 짧은 반바지에 땀이 잘 마르는 기능성 티셔츠, 에어팟에 핸드폰을 팔에 끼운 채 거리를 나섭니다. 새벽 찬 기운이 정신을 차리게 하면서 뛰어가는 몸의 무거움을 조금은 덜어줍니다. 저의 하루를 시작하는 건 다름 아닌 러닝,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운동입니다.
24살부터 뛰었으니 벌써 16년을 했습니다. 중간중간 부상으로 인해 몇 개월간 뛰지 못할 때도 있긴 했지만 저에게 러닝은 늘 하루의 루틴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적막한 집안에서 커피 한 두 모금 마시고 뛰는 게 하루의 시작입니다.
사실 처음 5년은 어떻게 뛰는지도 잘 몰라 패션 운동화에 땀 흡수가 하나도 되지 않는 티셔츠를 입고 뛰었고, 뛰는 자세도 이상했습니다. 뛰고나면 너무 피곤해서 이게 맞나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5년이 지난 후에야 러닝용 운동화를 구매하고 땀 흡수가 잘 되고 잘 마르는 옷을 구매했습니다. 자세도 편하면서 속도가 붙고 안정적으로 바꾸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부상 없는 건강한 러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러닝이 유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제게 물어봅니다. 어떻게 뛰어야 할지, 어떤 운동화가 좋을지, 자세와 호흡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 말입니다. 아는 한 알려주지만 늘 하는 말은 '일단 뛰어 보세요'입니다. 고민하기 전에 집에 있는 운동화에 가벼운 옷 걸쳐 입고 느리게 살살 뛰어보라고 제안드립니다. 그러면서 운동화와 옷을 구매하고 자세도 고쳐 나가는 것이죠.
일단 뛰어 보세요.
어떤 옷을 입느냐는 말 제일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 대답은 '세일하는 운동복'입니다. 룰루레몬도 온 러닝도 아닌 세일하는 운동복입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세일할 때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초겨울이 되면 다운 베스트를 입고 뛰는데, 세일하는 SPA 브랜드 것을 구매합니다. 요즘은 SPA브랜드에서 기능성 운동복이 잘 나와서 세일할 때 구매하면 그만한 것도 없습니다. 옷에 큰 돈 들일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옷에 너무 많은 고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뛰기에 편한 옷이면 됩니다. 땀 흡수 정도는 되는 걸로 말입니다. 어떤 브랜드를 입는다고 부상이 줄거나 속도가 빨라지지 않습니다. 운동을 위한 최적이 필요하지만 우린 아마추어이니까요. 엄청난 것까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운동화는 좋은 것을 구매하시라고 추천합니다. 러닝화로 말입니다. 시작 단계라면 10만 원 초중반대의 안정화를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자신의 속도, 달릴 수 있는 거리 등을 모르기에 안정화를 구매하여 천천히 러닝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카본화를 고민한다면 반대하는 편입니다. 카본화는 우수한 소재와 형태로 인해 통통 튀는 반발력이 뛰어난 러닝화이지만, 앞의 장점이 오히려 부상을 만듭니다. 너무 강한 반발력이 통통 튀게 만들어 착지를 불안정하게 하고 결국 발목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카본화를 처음 신고 몇 번 발목 부상을 겪었습니다. 컨트롤하기 어려운 아이템입니다.
러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전 러닝을 통해서 온전히 저에게 집중하는데, 머릿속을 비워 호흡에 집중하면서 명상처럼 달리기도 하고, 오늘의 중요한 행사를 위해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러닝은 SNS에 업로드할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이나 이쁜 옷 착장이 아닌, 온전히 자신을 위한 하나의 명상 시간입니다. 본인에게 집중하세요. 그렇게 러닝에 재미를 느끼게 되면 어느 순간 새벽 거리를 뛰는 본인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