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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05. 2024

한눈에 보는 스타트업 로드맵

전체 조망의 중요성


가을 햇살이 비치는 청량한 하늘. 할머니들이 벤치에 앉아 거리의 사람들을 멍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다. 맞은편에서는 먹이를 두고 다투는 듯 재잘거리는 참새들과 야채 트럭의 큰 음성이 마을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지각할세라 경직된 표정으로 버스를 향해 뛰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는 그 시각. 어느 한 사무실에서는 참새와 야채 트럭의 소리를 완전히 잊게 할 만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1~2년간 R&D에 집중해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비스 품질이 좋아야 고객 만족도와 재구매율이 높아져요!

그렇게 하다간 우리가 망해요! 돈은 하늘에서 떨어져요?
간단한 서비스라도 만들어서 빨리 수익을 내야 합니다.



이곳에선 개발팀과 영업팀의 싸움이 오늘도 끊이질 않는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서로 자기 말만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판 역할을 해야 할 기획팀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상황. 회의실 밖에서 그들의 대화를 몰래 엿들어보면, 개발팀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영업팀의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로 대척점에 선 것 같지만, 속으로는 '둘 다 맞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이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이런 상황은 프레임, 즉 틀이라는 것이 우리의 자율성과 시야를 얼마나 제한하는지 잘 보여준다. 우리는 자신의 담당 영역이라는 좁은 범주에서 사고하고, 그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며 규정짓는 경향이 있다. 이때 포용성과 유연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 결과 갈등이 일어나 결국 전쟁으로 번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그림, 즉 '코끼리'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 자신의 위치를 상대에게 정확히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도 '코끼리'라는 전체 그림을 확실히 이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결국 조직 운영의 핵심은 이 과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를 보고 서로의 위치를 이해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 


그렇다면, 창업에서의 전체 그림(코끼리)은 무엇일까?


나 역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나도 전체 그림을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린 채로 멘토링을 해왔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반성의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깊은 고찰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머릿속 이미지를 문서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입체적인 내용을 간략한 도식으로 그려, 스타트업의 전체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스타트업 로드맵'이다.


이 '스타트업 로드맵'은 아직 연구와 개선이 좀 더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원활한 협업과 이해를 위해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개하기로 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내용을 살펴보자.



[그림 1] 스타트업 로드맵


예비 창업가 혹은 비즈니스에 관해 잘 모르는 독자는 다소 복잡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창업에 조금이나마 뜻이 있는 분은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용을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략히 설명을 이어 나가 보겠다. 



이 도표는 창업 로드맵을 1~10단계로 나누어, 초기부터 성장 단계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1~4단계는 주로 내부 운영에 집중하고, 5단계 이후부터는 외부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며, 10단계에선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 중점이 된다. C레벨의 역할도 초기에는 CTO, CFO, COO가 주로 내부를 이끌고, CEO는 내부와 외부를 조정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CEO는 외부 관계에 더 집중하며, COO가 내부 운영을 담당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1~2단계는 R&D 개발에 집중하고, 3~4단계는 영업 및 인사관리, 5~6단계는 운영 및 품질, 7~8단계는 재무와 경영, 그리고 9~10단계는 법률과 정치의 범주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는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시작 단계에서는 내부에 집중하다가, 점차 외부로 비중을 옮겨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각 단계마다 포지션과 관점이 이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담당 영역에 갇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개발팀과 영업팀 간의 분쟁도 이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유연성과 포용력, 상호 이해, 그리고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이유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단계별로 어디에 집중할지를 다룬 것이지, 다른 영역을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또한 반드시 이러한 단계를 고정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생각도 경계할 필요는 있다. 각 팀의 상황에 따라 단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고, 더 나은 프로세스를 통해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작 지점에서부터 목표 설정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수 있어서다.


결국,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각 단계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내부의 세부적인 요소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외부로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포지션에만 매몰되지 않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유연성포용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마치,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한 비행사가 하나같이 "우리는 하나"를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


스타트업은 단순히 하나의 아이디어나 제품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팀 내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조직 전체의 방향과 목표를 공유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이 '스타트업 로드맵'은 그러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가이드이자, 협업과 성공의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 로드맵이 여러분의 창업 여정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것으로 시즌1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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