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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02. 2024

회사의 그릇, CEO의 메시지가 어디까지 전달되는가?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과 조직운영의 상관관계


의자! 의자라고!
뭐라고? 웃자? 더 크게 말해봐~



'고요 속의 외침'이란 게임이 있다. 4~6명으로 구성된 팀이 한 줄로 서고, 각 참가자는 큰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착용해 외부 소리를 차단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첫 번째 주자에게 미션 단어가 주어진다. 첫 번째 주자는 이 단어를 두 번째 주자에게 외치지만, 헤드폰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두 번째 주자는 입 모양만 보고 단어를 유추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이 이해한 단어를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며, 마지막 주자가 최종적으로 추측한 단어를 정확히 맞히면 점수를 얻는다. 원래의 미션 단어와 얼마나 비슷한지, 혹은 달라졌는지의 과정을 시청하는 것이 이 게임의 관전포인트다.


이 게임은 아주 먼 옛날, '가족오락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처음 선보였다. 허참 MC가 진행을 맡았던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팀별로 다양한 게임 미션을 수행하며 점수를 얻어 이기는 게임이다. 지금은 방영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적인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이다. '고요 속의 외침'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미션 단어가 '까나리 복불복'으로 주어졌을 때, 두 번째 사람은 간신히 맞추지만 세 번째 사람은 이를 '사랑해 몹쓸 몸'으로 엉뚱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TV 앞의 시청자들은 "왜 그것도 못 맞추나"하며 답답해하곤 한다. 때론 그 과정이 너무 웃겨 배꼽을 잡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시도를 하다 보면 결국 한 번은 맞추게 된다. 하지만 그 확률을 살펴보면 그리 높지 않다. 대략 10번을 시도해서 2~3번 맞출까 말까 한 정도. 게임 참여자가 더 많아지면 확률은 대폭 줄어든다. 물론 구성원의 능력과 단합력에 따라 변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정보 전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쯤이면 독자 여러분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비즈니스 조직을 운영할 때도 이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메시지가 전달된다. CEO가 각 이사에게 지침을 전달하면, 이사는 본부장에게, 본부장은 팀장에게, 팀장은 과장과 대리에게 순차적으로 메시지를 하달한다. 보통 여기까지가 지침 전달의 마지막 단계이며, 그 아래 사원들은 대리가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상급자들의 눈치를 살핀다. 인턴과 알바는 이런 메시지 전달 체계에서 종종 소외되곤 한다.


이러한 조직 내 의사소통 구조를 '고요 속의 외침' 게임에 비유해 보자. 직급 체계(임의)를 게임의 참가자로 상상해 보면 이렇다:



CEO - 이사 - 본부장 - 팀장 - 과장 - 대리 - 주임 - 사원 - 인턴 - 알바


게임 참가자가 몇 명일까? 무려 10명이다. 앞선 방송에선 참여자가 4~6명임에도 정답 확률이 낮았는데, 여긴 10명이 한 줄로 서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조금씩 왜곡이 생길까?


사람의 능력과 역량이 동일하다는 가정에선, 왜곡은 이사 직급부터 조금씩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단계별로 20%씩 왜곡된다고 가정해 보자. 100%에서 0%로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이사(80%), 본부장(60%), 팀장(40%), 과장(20%), 대리(0%) 이렇게 된다. 솔직히 이것도 후하게 쳐서 이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리부터는 CEO의 의중을 단 10%도 공감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즉, 메시지는 과장까지 도달하니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도달률이지 정답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주길 바란다. 여기서 CEO가 똑같은 메시지를 한 번 더 전달하게 되면, 이사(90%), 본부장(70%), 팀장(50%), 과장(30%), 대리(10%), 사원(0%)이 된다. 또 한 번 더 CEO가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자. 이사(100%), 본부장(80%), 팀장(60%), 과장(40%), 대리(20%), 사원(10%), 인턴(0%)이 된다.


이런 식으로 말단 사원까지 CEO의 메시지를 동기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매우 단순하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면 된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전달받은 첫 번째 참가자는 이사다. 이사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들어야 할까?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웃긴 건, 본부장은 귀가 따갑도록은 아닌 정도로, 팀장은 그보다 덜 들었다고 생각하고, 인턴은 처음 들었던 내용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나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팀들에게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곤 한다. 특히 리더에게 말이다. 메시지의 반복과 임팩트가 조직 내 의사소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각 직급별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말이다. 돌려 말해, 직급이 올라갈수록 짧고 명료한 메시지를 아래 조직에게 전달해야 정답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다행히 AI의 발전과 함께 그동안 우리가 겪던 소통 문제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 노션, 잔디, 온보드 시스템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메시지 전달과 공감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하면 몇 배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대표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 말단 직원까지 전달됐다면, 지금은 몇 마디만으로도 전 직원이 대체로 이해하고 움직인다. 특히 코로나 이후 원격 근무가 늘면서 이런 소통 체계가 더욱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통 문제는 남아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교류가 중요하지 않은가? 지구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이는 변하지 않는 진리일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저항을 받는다. 통신, 전선, 비행기도 저항을 받지 않은가? 전선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저항을 높게 받는 건 자연의 이치이다. 즉, 사람도 지구 속 생명체이므로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는 당연히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CEO가 여러 번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말단 직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조직 내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스케일업을 크게 했을 때 빈 공간이 더 넓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는 마치 수박을 썰었을 때 꽉 차 있어야 함에도 늙은 호박처럼 공간이 텅 비어 있는 것과 같다.


스케일업은 단계별로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사람의 욕심과 자만심은 그것을 가만두지 않는다. 더 크게 키우려는 욕심에 자신의 역량 최대치보다 몇 배 이상 빠르게 달려 나가려 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간격이 점점 멀어짐과 동시에 의사소통의 저항이 높아지게 된다.


만약 당신의 조직이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소통을 개선했음에도, CEO의 메시지는 물론 반대로 말단 직원이 CEO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전체 조직의 그릇을 다시 한번 바라봐야 한다. 흔히들 "너 주제를 알아라"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이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 조직의 주제를 이해하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 조직의 소통 그릇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그 규모를 줄여 거기서부터 조직을 다지면서 단계별로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2인 3각 달리기 처럼 말이다. 이는 마치 모래성을 쌓을 때 기초부터 튼튼히 다져가며 올라가는 것과 같다. 


결국, 효과적인 조직 소통은 단순히 기술적인 도구의 도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조직의 규모와 구성원들의 역량, 그리고 리더십의 소통 능력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소통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이는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이 아니다. 리더는 자신의 메시지가 어디까지 전달되는지 항상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직의 규모와 구조를 재조정할 용기도 가져야 한다. 동시에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술의 도움을 받되,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의 진정한 소통이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고요 속의 외침' 게임의 승자가 되는 그날까지, 끊임없는 소통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그리고 그 반대 방향으로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조직 소통이 아닐까?



[다음 회는 시즌1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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