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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JiYou May 14. 2023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


지금 시각은 아침 7시 20분. 근 1, 2개월 동안 아침에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기가 힘이 들었는데 오늘은 눈이 떠지자마자 이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요새 잠을 충분히 많이 잔 덕분인가. 어쩌면 평소보다 기분이 더 좋은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평소보다 기분이 더 좋은 이유는 아마도 오디오북을 듣는 데에 다시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취미 생활들도 많아 정신없이 살다 보니 이걸 잠시 잊고 있었다. 책을 좀 보고 싶은데 진득이 앉아서 활자를 들여다볼 짬도 없고 요즘 부쩍 눈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책을 보면 활자가 눈앞에서 날아다니기 때문에 흐름이 자주 끊긴다. 읽고 싶은 책을 못 읽어 답답해질 무렵 청소하다 문득 오디오북을 찾아 틀어 놓았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 중 아무거나 골라서.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오디오북이나 오디오 드라마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거창한 것들은 아니지만 나는 취미가 많다. 필사하기, 손글씨 쓰기, 그림 그리기, 불어 공부(이건 취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에 더 가깝지만), 유튜브에서 수많은 흥미로운 동영상 보기, 또 나 스스로가 피아노와 낭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일주일에 동영상 2개는 꼭 준비해 올려야 한다. 그러니 피아노 연습도 낭독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한다. 지금은 많은 시행과 착오 끝에 틀이 잡혀 조금이나마 수월해졌지만 동영상 촬영과 편집도 시간이 꽤 든다. 그리고 악보도 만들고 포스팅 글도 올리고… 거기에다 가끔 구독자들이 애니메이션 삽입곡 악보 만들어 주기를 요청하는데, 덕분에 뒤늦게 애니메이션에도 빠져들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보내는 시간들이 쌓여 가끔 하루가 너무 빡빡하게 돌아갈 때가 있다. 그건 그런대로 좋다. 나는 사는 게 퍽 재밌다. 그런데 다른 취미들보다 오디오북을 듣는 취미는 나에게 묘한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좋은 책을 들으며 걷거나 단순한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내가 참 잘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 어쩌면 오디오북은 가만히 앉아 있을 필요 없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완독한 오디오북은 브런치와 밀리의 서재 합작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다. 작가는 황보름. 너무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윤택해지는 기분이다. 오랜만에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 좋은 것인지,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게 좋은 것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도 모르겠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삶에서 실패감을 맛보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주저앉아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 그렇지만 다시 일어나 안되는 것은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지금 당장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 지금 당장 위기가 닥친 것도 아닌데 이 책을 읽으니, 앞으로 나에게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친다 해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의 이야기를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내 삶이 힘차게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대화나 관계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읽고 있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울하면 나도 우울해진다. 그러니 살면서 직접 마주치는 사람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다면..? 별수 없이 나도 그 영향을 받게 되어 덩달아 힘들어진다. 반면에 이렇게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니 나도 덩달아 삶이 아름다워 보이고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새삼 감사해진다. 또 재미있고 긍정적인 남편과 함께 살다 보니 나는 내 마음 한구석의 어두운 부분들이 조금씩 지워져 어느새 거의 없어진 것을 느낀다.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지친 민준은 지금 휴남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인 커피 내리는 일에 정성을 쏟다 보니 어느새 바리스타를 꿈꾸게 된다. 그런 민준이 어느 날 혼자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만이 꼭 성공은 아닌 것 같다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 또한 성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매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 나는 이 말이 너무 와닿았다. 매일 곁에 있는 사람들과 보내는 성공적인 하루. 놓치고 싶지 않은 행복이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려면 나부터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되고픈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찾고, 그게 무엇이든 정성 들여 하는 사람. 그러니까 삶을 정성스럽게 사는 사람이다.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정성을 쏟는 사람은 괜스레 비교하거나 질투해서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살다 보면 괜한 잘난 척이나 있는 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기도 별거 없으면서 남들을 깔아뭉개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몇 번 경험하며 알고 보면 대부분 본인의 삶에 만족할 수 없어서 그런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을 대하다 보면 나름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자주 만나면 어쩔 수 없는 불편한 기분이 들고 나도 그들과 닮아 가는 것 같아 힘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내뱉는 독설들이 나에게 옮아 나도 세상에 적개심을 갖게 되는 경험도 해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인연을 끊기는 의외로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한번 인연을 맺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정이 들어 버리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된 적이 있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 가끔 드는 이 뜬금없는 생각이 갑자기 무게감 있는 고민이 되어버린다. 기억도 나지 않는 내가 한 부끄러운 짓을 상상하면 정말 너무 부끄러워서 잠도 안 올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조금 쓸데없는 고민이라 생각이 나는 것을 안 나게 할 수는 없지만 일찍 떨쳐버리려 한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재미있는 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아 그 일에 집중하면 이런 망상은 금방 사라진다. 어쩌면 망상을 많이 하는 나라서 취미가 많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이 어떤지 생각하며 살기보다 자기 삶을 정성스럽게 사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집중하고 정성스레 삶을 살다 보면 자연스레 안 좋은 사람들은 교화되거나 또는 제풀에 떨어져 나가고, 그러면 결국 내 곁에 좋은 사람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안 좋은 일들도 좋은 일들을 더 많이 반복하다 보면 사라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결국 내 삶을 소중하게 사는 게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인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 최고로 성공한 인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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