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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May 07. 2024

"선생님 이거요."

'돈'이 빠진 자리













4주간 진행한 도서관 강의가 끝나는 날이었다.


수업 시작 전에 한 여자애가 다가와서 싱싱한 네잎클로버를 내게 건네주었다. "선생님 이거요."

이런 말랑말랑함이 얼마만인지.


복습을 위해 그동안 배운 문장들로 시험지를 만들었다.

빵점 방지용으로 1번 문제는 선생님 이름 쓰기. 초성 힌트로 ㄱ, ㅅ, ㄹ을 알려줬더니, 글쎄 '고사리'란다.

"초성만 보고 고사리를 떠올리다니, 너 어휘력이 대단하구나. 그런데 고개만 들면 앞에 화면에 있는 선생님 이름이 보였을 거야. 다음엔 눈치를 챙기자."


"좋은 수업보단 맛있는 간식"이라는 딸의 조언을 듣고, 과자를 몇 상자 준비했다.

과자 덕인지, 아이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냐며 아쉬워했다.


도서관 수업이 끝나고 고등 국어 교사인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수업 얘기를 했다. 몇 명 안 되는 아이들과 네 번 수업했을 뿐인데, 내가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충분히 가능하지. 아이들은 다 다르니까."


철없는 장난에 즐겁고, 소소한 성의 표시에 뭉클하고, 아이들이 하나만 이해해 줘도 보람차다.

이 감정의 근원을 잠시 생각해 봤다. 친구 말대로 이런 게 바로 아이들의 힘이겠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그리고 어쩌면 이 감정들은 '돈'이 빠진 자리, 그 틈에서 나온 게 아닐까.

그냥 가르쳐 주고 싶어서, 그냥 배워보고 싶어서 만난 사이. 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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