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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낮 Oct 08. 2024

프리랜서 출판인 모임

과거는 생각보다 가깝다

어제 서울로 출판인 모임에 다녀왔다. 회원들은 모두 프리랜서이다. 사실 마감쫓겨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친한 편집자가 보자고 해주니 좋아라 하고 나갔다. 빨간 버스와 지하철에서 소설 교정지를 봤다. 지하철에서 종이 교정지에 빨간 펜으로 글씨를 적으니 정말 십몇 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종이에 교정 볼 일이 거의 없다.


만나서 옛날의 출판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두산백과를 뒤지며 일했다고. 편집실은 사무실보다는 고시원에 가까웠단다. 사무실에 맥킨토시(!)를 처음 들여놓던 상황을 얘기해 준 편집자도 있었다. 대화는 어쩌다 타자기로까거슬러 올라갔다. 과거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만나서 출판사 얘기를 했다. 몇 년 간 종종 만나면서도 경력은 서로 몰랐는데(이 모임에 참여한 누구도 전에 어디서 일했었냐고 꼬치꼬치 묻지 않는다), 한 분이 까치에 다녔었다고 말해서 다들 놀랐다.


내 첫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한 선배도 모임에 나왔다. 우리는 몇 년 전 이 모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 이후로 서로 연락하고 지냈는데, 선배는 내가 그 회사에서 사내연애로 결혼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단다. 서로 연락이 없던 공백기에 결혼해서 내 남편이 그 회사의 동료라는 걸 몰랐던 것이다.  나는 결혼 십몇 년 만에 축하인사를 받았고, 사람들은 다 같이 박장대소했다.


나는 용감하게 라테도 마셨다. 평소 낮에 한 잔 마시면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데, 그냥 마셨다.  그러고 돌아오니 야근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2시까지 교정 작업을 했다.


오늘 아침에 평소대로 일어나 부지런히 일했더니 2시쯤엔 마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4시 넘어 메일을 확인했다. 두 시간은 더 잘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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