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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 Apr 06. 2021

지구는 지키고 싶은데 이건 사고 싶고 저건 먹고 싶어

eco dilemma

출처: ⓒ픽사베이

작년부터 나름의 기준을 정하면서 미약하게나마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한 번 구입한 물건은 끝까지 쓰고, 분리수거는 제대로 하는 것이 2020년의 목표였다. 2021년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들을 추가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소비를 안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때로는 시간을 아끼려, 혹은 편리성을 위해 많은 것을 구입하기도 한다. 2년째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한낱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불편함을 자처하는 것부터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기분이 들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생활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은 죄책감도 덤으로 얻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 고민들을 기록하려 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인 고민이라는 공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또 그 소비는 반드시 쓰레기 생산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것만 알아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기록은 자주 찾아오는 '현타'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미약하게나마 노력하고 기록하는 건 지구를 지키고(?) 싶어서다.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갈 곳이 없다는 광고는 솔직히 충분하게 와 닿지 않는다. 그나마 이상하게 덥거나 춥고, 비나 눈이 많이 오는 이상기후나 미세먼지로 눈이 따갑고 아플 때는 실감이 되면서 무섭다. 나만 그런가?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직접 눈으로 보고 난 후였다. 프로젝트 차 방문했던 쓰레기장에서 실제로 분리수거 전후로 쌓인 쓰레기 산을 보며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마도 모두가 한 번씩 엄청난 쓰레기 산들을 보고 오면 조금은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의욕만큼 실천도 쉬우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실상은 너무나도 어렵다. 우리의 일상에서 물건들을 빼놓을 수 없고, 그중에 상당수는 재활용이 어렵고 생산과정과 폐기 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정말 적극적으로 노력하시는 멋진 분들이 있지만, 쪼렙인 나에겐 아직 장바구니와 스텐 빨대 사용 정도가 전부다. 그저 현실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지 고민해보려 한다. 작게나마 포장용기가 조금이나마 적은 물건을 고르고, 채식의 비중을 늘리고, 택배를 줄이는 등. 장기적으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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