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실. 삶은 바늘.

by 김 예나

초조하게 제 속으로 움츠렸던 본질도

모두의 눈에 띄게 명료히 힘입고

한 번도 노래에 들어가지 못한 것들이

주저하며 내 노래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날 속에 굶주리는>


요즘 나의 화두는 세상의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법.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지키며

존재하는 법.

내 머릿속, 나의 세계를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공표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숙제처럼 느껴진다. 스스로를 숨기고 감추는 게 미덕이고 겸손이 기본값이 되어버렸다.

자기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 채 다른 취향. 다른 인생을 강요받는 삶에 익숙한 우리.

넌 너무 말이 많아.

말 좀 아껴.

너 그러면 사람들이 안 좋아해.

눈치 챙겨야지.

꼭 등장하는 단어 4차원 같다는 말.

너 진짜 특이하다.

아… 재랑은 좀 친해지기 어렵겠다. 등등

그래서 이야기를 말하는 말하는 법 보다

어쩌면 듣는 법에 더 익숙하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게 편하다.

너무 과한 자기 자랑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니까.

오히려 보여주지 않을 때 더 궁금해하고 사랑받는다.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타인과 다름은 시대에 동떨어진 사람이 되었고

다르다는 것은 오답에 가까운 인간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지는데

우린 자꾸 싫어하는 것으로, 불편한 것들로

스스로를 틀에 가둬버린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너무 많은 변명을 준비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 나는 가끔 환멸이 난다.

거리낌 없이 자신을 말하는 게 눈치 보일 일 인가 싶고

스스로를 변명해야 하는 꼴이 우습기도 하다.

때론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를 부정해야 하는

어리석음.

멋들어지게 증명해냐야 한다는 강박.

우린 너무 많은 눈치와 피로감 속에 살고 있다.

용기를 갖고 그냥 말하는 게 어려운 사회.

자신한테 진짜 중요하고 소중한 게 뭔지 알아야

저절로 다음 단계로 남어 갈 수 있는데 그게 진짜 어렵다는 거지. (스탭 바이 스탭.)

그러다가 우연히 sns에서 오혁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남의 눈치 보면서 살다가 갑자기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마음대로 살려고요.

편한 마음.

-오혁 인터뷰 중.-

스스로에게 떳떳한 마음.

욕먹더라도 자신에게 근사한 사람이 될래.

남 눈치 보면서 쩔쩔매는 사람 보다 자기 할 말 다하는 이기적인 년이 내겐 더 매력 있어 보인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해.

자신을 가꾸고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줄 알게 되니까.

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진정 무엇을 해야 행복한 사람인지 다시 점검을 해.

혹 내가 놓쳤거나 아니면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에 나를 끼워 맞춘 건 아닌지.

나는 정확하게 스스로를 알기 위해

어쩌면 확실히 모르기 위해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인간은 모순적이니까.

길을 잃어버리기 위해 길을 헤매는 사람처럼

꿈을 잊어버리기 위해 꿈을 꿈꾸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말고

평생 답을 쫓는 삶이 아닌 질문하는 삶으로

매일 내게 물어봐.

너 진짜 이거 필요해?

이거 진짜 원하는 거 맞아?

확실해?

이게 네가 바라는 삶이야?

그러다 난 천성이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

아. 몰라! 어쩌라고 내 맘이지.

내 인생인데 지들이 어쩔 건데.

그냥 Go! 해. 못 먹어도 Go 지.

죽기밖에 더 하겠어?

인생 뭐 있냐? 짧은 인생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고 후회하는 게 그나마 덜 억울할 것 같다.

사실 쫄보라 그래.

나 사실 겁 만렙이거든.

다 허세야.

원래 뭐 없는 애들이 목소리만 크다고

내가 딱 그래.

혹시나 해보고 망하면 어떡하지.

그러면 진짜 답도 없는데.

도망갈 구실도 없어. 이제는.

그래서 더 열심히 아니 잘 해내야 한다.

그러니 더 욕심이 생기고 발등에 불이 붙지.

사실 그러면 되던 것도 안 되던데…

내 안에 강박이 무너져야 진짜 내가 되는 건데.

나 아닌 다른 부분도 나의 일부분이라는 걸 인정하고

사랑할 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듯.

난 완전히 새롭게 변하기 위해

모든 걸 버릴 각오를 해.

싫어.라는 말이 삶의 체념이 아니라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게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책상에 앉아 상상의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아놓는 일.

책과 함께 가장 먼 여행을 떠나는 일.

스스로 대화를 하며 답 사이에 공백을 만드는 일.

꿈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듯

책 사이에서 몸을 뒤척이며

두 개의 꿈 사이에 다리를 놓고

삶을 횡단하는 일.

기나긴 잠꼬대를 하며

꿈은 실.

삶은 바늘.

꿈들이 삶을 거침없이 통과한다.

꿈으로 삶을 꿰맨다.

긴 이야기로 채워지는 삶

펼쳐진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보인다.

무궁무진한 자아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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