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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종달이 Oct 22. 2023

하얀 거짓말(1)

my name is.... 

I'm 11 years old, 

My mom ..go ....es... no here?

die.... died. father.. too, 

I'm Korean. 



어릴 적, 내가 살던 곳 근처에는 외국인 학교가 있었다. 

오로지 외국 학생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였는데

한국에 파견된 주재원이나 대사관 직원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선생님의 비율은 원어민 80%, 교포를 포함해서 2중 

언어를 하는 한국인들 20%이다. 

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아는 데 없어? 선생님한테도 전화했는데, 

아까 갔다고 하는데... 어쩌니?"


하교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동생은 집에 오질 않았다. 

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던 날, 

우리 학교에서는 얼마 전에 본시험 '통지표'를 나눠 주었다. 



엄마는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여기저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외가댁, 이모들, 삼촌들, 이웃들, 교회 선생님들. 학교.. 모두에게~


담임 선생님과도 통화를 마친 엄마는 '체념, 불안, 두려움' 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어떡하냐'라는 말만 계속했다.

나 역시, 내가 아는 동생 친구들을 만나 보았지만, 

어디에도 내 동생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자, 엄마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를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엄마는 바로  동네 파출소로 향하였다. 



'실종 신고'는 동생이 연락이 끊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할 수 없다는 

담당 경찰관의 말을 들은 엄마는 

울음보를 막 터트리기 직전의 어린아이와 같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엄마가  경찰관에게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하라고요? 이게 말이 돼요? 

아이가 안 들어오는데.... 부모 마음 이해하세요? 

뭐, 이런 시스템이 다 있어요?"



그렇게 파출소에서 한참을 실랑이를 하고 온 엄마는 

경찰관 말대로 전화기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덩달아 나, 아빠도 전화기 옆에 있었다. 우리는 불안했다. 

거실의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다. 

'꼴깍' 아빠의 침 넘어가는 소리도 들린다. 

\

엄마는 시종일관 어쩔 줄 몰라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나는 '대체 어디 간 거야?'라는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해서 답답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해갔다. 

기다리던 전화는 안 오고 동생이 들어왔는지 궁금해하는 가족과 이웃, 선생님들의 전화만 빗발쳤다. 

밤은 점점 깊어갔다. 


밤 10시가 지나가고 있는데 

동생은 아무 연락도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사이에 어디에선가 전화가 올 것 같은 그 예감. 

자정 가까이 돼서야 울린 한 통의 전화-



여보세요? 네?  네.. 제가 엄마예요...

Hello, 여, 보세요? um.. 

This is Emily... 

저, 에밀 린데. 여기.. international school이에요, 

유 X이 딸 맞아요?

여기 있어요. 어서 와요!!!




한국말이 서툰 한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안에서 퍼졌고, 엄마는 손을 덜덜 떨었다. 

그리곤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휘갈긴 듯한 글씨, 그래도 나는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XX 국제 학교, 교무실...  에밀리 티쳐.. 집에 안 간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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