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한낱 시간낭비로
취급받는 시절을 산다.
기다릴 필요없이
즉시, 실시간, 바로가
미덕인 시대지만
나는 어쩐지
기다림이 천지였던
옛 시절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약속시간에 먼저 나가
언제 오냐 채근 할 필요도 없이
묵묵히
네가 올 방향에
시선을 던져두던 그 때의 나.
짤랑이는 동전을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며
너에게 전할 말이 무엇인지
속으로 수없이 정리하던
공중전화 박스 긴 행렬 속 그 때의 나.
하루정도는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안 와도 되는
느긋하며 여유롭던 그때의 나.
돈도 사람도 인맥도 즐길거리도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풍요롭지만
기다림을 설렘으로 알고 지내던
기다림을 낭만으로 여기고 지내던
그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다.
낭만이 없어진 시절 속
나는
어쩐지 거리를
고개 숙여 걷는 날이
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