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런던을 방문하기로 한 날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시티의 치열함을 경험하고 싶었는데,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출근길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런던 금융인들의 긴장감이라도 느껴보기로 했다. 숙소를 나와 늘 가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한적한 주택가를 벗어나 시티에 가까워질수록 사무용 백팩을 멘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길을 건너다 한 남자와 사고가 날 뻔했다. 자전거를 타고 경사진 길을 급히 내려오는 것을 내가 못 보고 길을 건너려고 했는데, 남자가 거의 넘어질 듯 간신히 자전거를 멈춰 세운 것이다. 남자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Fucking”이라는 욕설이 나왔는데, 내가 갑자기 튀어나와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미안해서 “I’m sorry”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데,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로 가 버렸다. 영국인들이 외국인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행동하려 한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남자를 정말로 화나게 만든 것 같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출근길에 한 어리바리한 아시아인 때문에 사고가 날 뻔했다고 사람들한테 말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시티 안은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바로 옆으로 세련된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회사를 그만두고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전해져 왔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이른 아침의 피로감과 만만치 않은 하루를 앞두고 있는 약간의 스트레스, 마음 한 구석의 새로 시작하는 하루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 회사를 그만두고 1년 가까이 누가 정해주는 출근 시간이 없는 삶을 살다 보니 잊고 있던 것들이었다. 시티 오브 런던 지역이 넓지는 않아서 둘러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출근 시간이 지나고 나는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