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랏 화이트

by 히다이드

여행을 준비하며 방문지를 정하고 일정을 짤 때, 그 도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는지도 조사했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방문인데, 그곳이 아니라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을 먹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런던에 대해서도 뭘 맛봐야 할지 조사했었는데, 한 커피전문점이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됐다. 커피가 다 비슷비슷한 맛일 텐데 얼마나 맛있기에 그렇게 유명한지가 궁금해졌다.


내셔널 갤러리 방문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코벤트 가든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들렀다. 의외로 자그마한 가게였다. 손님들과 눈을 맞추고 밝게 웃으면서 주문을 받는 갈색머리의 여자와 단발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이미지의 여자 둘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늘 그렇듯 카페 라떼를 시켰는데,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것을 보니 ‘플랏 화이트’라는 메뉴를 주로 시키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아메리카노나 카페 라떼가 제일 무난한 메뉴였는데,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커피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화이트 초콜릿이 들어간 건가 싶기도 하고, 크림이 많이 들어간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런 커피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음날 다시 방문해서 직접 마셔보고 나서야 뭔지 알 수 있었다. 일종의 진한 카페 라떼였다. 커피를 마실 때 목에 착 감기는 걸쭉한 뒷맛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스타일이었다. 그 후로 2 주 동안 영국에 체류하면서 카페 라떼 대신 플랏 화이트만 마셨다. 맛있게 마시면서도 굳이 왜 둘을 다르게 부르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에든버러의 한 카페에서 점원에게 둘의 차이를 물어보니 자세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둘은 커피와 우유의 비율이 다르다고 한다. 플랏 화이트에는 커피 원액이 더 들어가는 대신, 그만큼 우유가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걸쭉했던 것이다. 영국에서만 플랏 화이트를 볼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는 플랏 화이트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 들어 가끔 카페의 메뉴판에 플랏 화이트가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일부러 플랏 화이트는 안 마시려고 했다. 영국과 같은 맛이 아닐 거 같기도 하고 안 그래도 커피가 비싼데 플랏 화이트가 조금 더 비싸기 때문이었다. 메뉴판에 적힌 플랏 화이트를 볼 때마다 영국에서 맛봤던 그 걸쭉한 뒷맛을 떠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는데, 최근 들어 몇 번 마셔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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