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

by 히다이드

런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는 날 아침, 하필이면 단수가 되고 말았다. 기차 시간에 늦지 않도록 빨리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서 나와야 하는데 씻을 수가 없었다. 자고 있던 호스트를 깨워서 물이 안 나온다고 했는데 호스트는 자기도 모르겠다며 도로 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남의 일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모습에 화가 났지만 일주일 동안 친하게 지낸 사람과 싸우고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침대 안으로 들어가 버린 그에게 “Thank you.”라고 인사를 건네고는 호스트의 방을 나왔다.


안 씻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생수를 이용해 간단히 세수라도 하려고 했는데 가지고 있는 생수가 얼마 없었다. 대충 차려입고 근처 슈퍼마켓에서 1.5 리터 생수 두 병을 사다 세수를 했는데, 물이 두 병이나 있으니 수돗물을 틀어놓고 씻는 기분이었다.


짐을 다 챙기고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호스트의 방문을 노크했다. 호스트가 침대에서 내려와 나한테 다가왔는데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평소답지 않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I'm sorry.”라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필 게스트가 체크아웃하는 날 아침에 단수가 될 거라고는 그 역시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호스트에게 괜찮다고 했다. 그의 집에 머무는 동안 친구처럼 나를 대해줬던 걸 잊을 수는 없었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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