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박물관 방문을 마치고 시내 중심부를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 늦은 시간,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숙소에 있어야 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런던을 떠나 하이랜드로 가기 전에 빨래를 해야 했다. 그래야 다음날 일요일까지 빨래를 말리고 월요일에 가지고 갈 수 있었다. 하이랜드에서 머무를 '포트리'의 숙소에서는 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숙소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자 친구와 함께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던 호스트가 인사를 건넸다. 나도 간단히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둘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집 안에서 마주칠 때마다 웃으면서 반갑게 말을 걸어줬는데, 며칠 머물다 가는 사람에 불과한데 친구처럼 반갑게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냥 고맙고 좋았다. 그 사람들의 사생활에 방해가 될까 봐 일부러 짧게 인사만 하고 내 방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런던을 떠날 때가 되자 그냥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씻고 방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에 용기를 내어 거실로 나갔다. 두 사람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나를 흔쾌히 끼어줬다. 두 사람과 자유롭게 얘기할 만큼 영어가 뛰어나진 않았지만, 막상 얘기를 해 보니 영어가 짧은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내 얘기를 들어주려고 하니까 내 영어가 부족해도 서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여행 계획과, 여행을 마친 후 한국에서의 계획, 걱정하는 것 등을 얘기했다. 두 사람도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얘기를 해 줬는데, 대화를 마치고 나니 지구 반대편에서 친구를 얻은 느낌이었다. 다음날 자신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제의를 했는데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다음날 런던 시내에 있는 개신교 교회들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두 사람이 원하는 일정은 아닐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