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크로스 역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자연사 박물관까지 걸어가려면 몇 시간은 걸어야 했다. 보통 트라팔가 광장까지 가면 근처에 다 있었는데, 자연사 박물관은 버킹엄 궁전을 지나 한참을 더 가야 했다. 자연사 박물관 근처까지 가서 한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여대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감자칩을 먹고 있었는데, 문득 샌드위치를 먹고 감자칩을 먹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냥 식사를 끝내기에는 뭔가 아쉽고 기름기가 있는 짭조름한 스낵을 먹으면 포만감도 생기고 식사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나서 그런 것처럼 보였는데, 샌드위치 가게마다 감자칩을 빼놓지 않고 파는 걸 보면 그런 식으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굉장히 지적이고 자신감이 넘쳐 보이던 매력적인 여자들이었다. 그래서 감자칩을 먹는 모습까지도 그렇게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자연사 박물관은 생각보다 굉장히 컸고 방문객들도 많았는데 주말이어서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시물들 중에 실제로 작동시켜 보면서 과학 현상을 체험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공룡 화석을 비롯해 볼거리가 워낙 풍성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화석이 정말 많았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것의 몇천 배 되는 화석을 그곳에서 한꺼번에 다 봤다. 거대한 공룡의 화석들부터 시작해 온갖 종류의 시대별 화석들이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영국 박물관도 그렇고 런던에서 방문한 박물관들은 양과 질 측면에서 하나같이 훌륭한 전시물들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지구 반대편까지 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이 나라의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와서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번역기를 쓸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