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떠나기 전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선물을 부칠 계획이었는데, 영국 하면 떠오르는 차를 보내드릴 생각이었다.
‘포트넘 앤 메이슨’이라는 브랜드의 차가 영국 왕실에서도 마시는 유명한 차라고 하는데, 피카딜리 가에 매장이 있었다. 건물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한 층 전체를 차와 티타임에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차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뭘 골라야 할지 막막했는데 눈에 익은 이름들이 보였다. ‘실론’과 ‘다즐링’, 한국에 있을 때 카페나 TV 광고에서 가끔 접했던 이름이었다. 둘을 집어 들고 계산을 하는데, 직원 아저씨가 좋은 선택이라며 칭찬을 해 주셨다.
차를 고르기 전에 시음 코너에서 본 여직원이 기억난다. 검은색 뿔테를 쓰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는데, 말을 너무나 고급스럽게 했다. 차를 내리는 동안 천천히 악센트를 줘가며 차 소개를 해 주는데, 무슨 얘기인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던 나는 “I’ll wait.”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내 짧은 영어가 새삼 부끄러웠다. 차를 내리는 기계가 굉장히 신기했다. 연구실에서나 쓸 것 같은 커다란 투명 실린더에 물을 붓고 기다리면 얼마 후에 ‘칙’하는 소리가 나면서 차가 우려진 물이 내려왔다. 빠른 시간 안에 차를 우려내려고 만든 것 같았다.
원래 차만 사려고 했지만 차랑 같이 먹는 간식들에도 눈이 갔다. 비스킷과 초콜릿처럼 익숙한 것들 뿐 아니라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는 낯선 것들도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예쁜 통에 들어있는 비스킷 몇 개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각형 모양의 갈색 덩어리들을 골라 담았다. 영수증을 보니 사각형 덩어리들의 이름은 ‘퍼지’였다.
그날 저녁 숙소에 도착해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푸석푸석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달콤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달지는 않았다. 입에 넣자마자 그냥 으스러져 버리던, 차 마실 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간식 같았다. 내 생각에는 이게 버터처럼 차를 마실 때마다 조금씩 잘라서 먹는 거 같은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들어보니 나처럼 이것을 처음 보신 아버지는 약과처럼 덩어리 하나를 통째로 한 번에 드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