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보내는 소포

by 히다이드

자연사박물관에 가기로 한 날 아침,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에 소포부터 보내기로 했다. 킹스크로스 역 맞은편에 우체국이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그랬는데 이곳 역시 우체국인지 슈퍼마켓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우편물 취급 업무뿐 아니라 식품과 사무용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우편물을 담을 박스와 테이프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집에 보낼 게 많았다. 우선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보고 난 후로 쓸모가 없어진 정장과 와이셔츠, 구두, 허리 벨트부터 박스에 담았다. 한 달 동안 캐리어 가방 무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들인데 박스 안으로 옮겨 담고 나니 속이 다 개운했다. 그 다음으로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산 차와 간식들을 담고, ‘몬머스’ 커피 전문점에서 산 커피 원두를 담았다. 커피 원두는 교회 사람들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었다. 교회에 커피 머신이 있었는데 내 여행을 교회에 있는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SNS를 통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있었지만, 맛보는 것까지 공유하고 싶었다. 영국 런던에서 보내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상상하면 기분이 괜히 좋아지고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큰 박스를 골라왔는데 이것저것 담다 보니 어느새 꽉 차 버렸다. 다시 우체국으로 가 소포를 부치는데 암스테르담에서 보낸 튤립이 생각나서 괜히 신경 쓰였다. ‘이번에는 잘 가겠지.’하고 되뇌며 우체국을 나섰다.


20230318_런던에서보내는소포.jpg


keyword
이전 13화런던에서의 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