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에서 쉬고 있는데 한 남자가 매장에 들어왔다. 검은 곱슬머리에 흰 피부인 것을 보니 리투아니아에 들어와 있는 이민자처럼 보였다. 쉬면서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나는 이 남자가 뭔가 수상한 사람이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남자는 무슨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문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한테 가서 뭐라고 하더니 그 사람이 반응이 없으니까 문 앞에 서서 매장 안을 유심히 둘러보는 것이다. 그러다 나를 발견했고 내 예상대로 종이를 가지고 나에게 다가왔다.
영수증처럼 보였다. 나한테 그걸 보여주면서 문제가 생겼으니까 도와 달라고 하는데 이건 딱 봐도 나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거였다.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뭔가 더 해보려고 하는 걸 내가 계속 거절하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이완돼 있던 몸이 다시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까 봐 맥도널드 매장에 일부러 더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버스를 탈 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맥도널드를 나왔다.
다행히 터미널까지 걸어가면서 그 남자와 마주치진 않았다. 그 남자와 마주친 건 터미널 입구에서였다. 터미널 입구에 서 있던 남자는 나를 보자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눈치였다. 어떻게든 나한테 말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나는 못 본 채 하면서 재빨리 터미널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럭스 익스프레스‘ 사무실로 들어갔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그 사람은 사무실 밖 맞은편 벽 앞에 서서 나를 응시하고, 나는 그 사람의 시선을 외면한 채 사무실 안 의자에 앉아 있는데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사무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밖에서 한참 동안 서 있던 남자는 결국 포기했는지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 사무실 안에 머물러 있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있고 싶었지만 직원이 문 닫을 때가 됐다고 해서 나와야 했다. 남자가 있는지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는데 마침 경찰관 두 명이 터미널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부끄럽긴 했지만 경찰관들 바로 옆에 가서 있었다. 듬직해 보이는 경찰관들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놓였다. 경찰관들은 나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는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날 못 본 척 앞만 보고 있었는데 속으로는 재미있게 생각했을 거다. 그렇게 있다가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승강장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