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플랫폼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사람들 속에 섞여서 버스가 오길 기다리는데 옆에 있는 아시아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옷차림이나 외모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분위기를 볼 때 100% 한국인이었는데 그 사람도 그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을 시작한 후로 한국인은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했는데 그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어색하게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혹시 한국인이세요?”하고 말을 걸었는데 역시나 “네”하는 답이 돌아왔다.
이 남자는 교환학생으로 폴란드에 와 있었는데 리투아니아에서 볼 일을 보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서로 간단한 얘기들을 주고받는 동안 바르샤바행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 올라타서 자리에 앉자마자 잘 준비부터 했다. 빌니우스까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아무리 피곤해도 눈앞의 풍경을 놓치지 않겠다며 두 눈 부릅뜨고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이 때는 오로지 자고 싶을 뿐이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운 채 버스 안을 둘러봤는데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편안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빌니우스의 밤거리를 보는 중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