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애인 현경이 서점 쇼핑을 다녀온 후 나에게 공책을 건넸다. 선물이다. 평화롭게 누군가를 바라보는 노인이 그려진 표지를 가진 이 공책. 현경은 묻는다. '수연, 이 공책은 어떤 용도로 사용할 거야?'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 공책의 역할은 '계획 담당'이 되었다. 하루의 시작, 하루를 미리 정돈해 두고 바라보기 위한 공책이 되었다.
벌써 이 공책을 사용한 지 2주가 되었다. 시간대별로 성긴 계획을 세우고 지켜나가다 보니 일주일이 조밀해진다. 일주일을 구성하는 하루하루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가 계획한 할 일들을 지켜나가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 있다.
나에게 계획이란 하루의 축이다. 예전에 처음 계획을 세우며 하루를 살아갈 땐 부담이 되었다. 못 지키면 내 하루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계획에 집착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 세우기도 익숙해지다 보니 나만의 규칙이 생겼다. 빈칸을 만들어두기, 마음속에 우선순위를 둬 낮은 순위는 못 지켜도 미련 가지지 않기 등 마음 편히 지켜나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축이 생기다 보니 여유가 생기는 중이다. 하루의 효율을 높이다 보니 에너지에 빈자리가 생긴다. 최근 놓치고 있던 많은 부분들을 다시 시도할 용기가 자리 잡는다. 그렇게 덥지만 비 오는 날이 아니라면 아침에 뛰러 나가고자 다짐한다. 수요일에는 대본을 짜고 금요일엔 유튜브 촬영을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다시 수면 관련 공부들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추가해 보는 것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오늘도 출근 직전 공책에 하루 계획을 적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마음에 찾아오는 안정감. 계획 담당 공책 덕에 오늘 하루도 금방 마무리되겠지. 그 속에서 바로 선 자세로 하루의 풍성함을 경험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