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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연 Oct 22. 2024

친절, 관심, 실력

두 군데의 카페에서 배운 것들

관절 통증도 해소가 잘 안 되고, 달리기 시 페이스 대비 심박이 높은 몇 주를 보냈다. 약간의 오버 트레이닝 징후. 충분한 훈련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선을 앞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는 줄여야 했다. 운동량도 흥분도도. 흥분도에 대한 검토를 하면서 원래도 많이 마셨던 커피를 조금 더 많이 마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줄이기로 했다. 하루에 한 잔으로. 끊기는 무서웠다. 나에게 몇 안 되는 취미 활동을 끊어내는 것은 너무나 슬프다.


커피를 한 잔으로 줄이다 보니 그만큼 한 잔의 커피가 소중해진다. '어디서, 어떤 커피를 마실까?' 깊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부터 카페 선택에 아주 신중하다. 내 선택 조건은 다음과 같다. 1번 브루잉 혹은 핸드 드립을 하는가 2번 카페가 너무 시끄럽지는 않은가. 맛있는 커피를 마심과 동시에 책을 읽을 예정에 있는 내 카페 방문이다 보니 2가지 선택지를 고려한다. 특히 1번이 상당히 중요하다. 핸드 드립을 하는 곳의 8할은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맛있다.


1번과 2번을 충족하는 카페를 다닌 며칠이다. 두 곳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아주 만족했다. 두 카페는 '페쿨리'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퀜치커피'다. 여기서 나는 내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들도 점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글의 제목과 일치한다. 친절, 관심, 그리고 실력.



나는 트레이너다. 직종 분류상 서비스업에 가까운 일을 한다. 그래서일까? 친절한 카페 사장님들 혹은 바리스타 분들을 보면 자연스레 고개를 들고 경외감을 느낀다. 두 카페에선 극강의 친절을 경험했다. '녹기 전에' 녹싸님의 '좋은 기분' 책이 생각났다. 어투, 말투에서 친절함이 묻어났다. 편안했고 동시에 인상적이었다. '나도 저런 친절함을 가진 사람일까? 가질 수 있을까?'를 되물었다. 그리고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렇게 되고 싶었다.


손님에 대한 관심도도 눈에 띄었다. 하나는 나에 대한 것이었고 하나는 다른 손님에 대한 것으로 '이 카페는 고객에게 정말 관심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페쿨리에서는 사장님께서 내가 저번에 테이크아웃해 간 커피를 기억하셨다. 따뜻했다. 내 선호를 기억해 주는 카페. 아주 매력이 있다. 퀜치 커피에서는 어떤 고객님이 커피를 시켰다. 지인이 함께 오는데 커피를 함께 주문하려는 모양새. 바리스타분은 그 지인 분의 커피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준비해 주셨다. 관심과 기억에서 프로페셔널함과 온정이 함께 느껴졌다. 한 번 더 점검. 평소에 고객님들의 움직임 패턴, 통증 양상, 일상 등에 관심이 있는 나와 재호샘, 그리고 킵이다. 이것도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 앞으로 더 관심을 갖되 적당한 표현으로 부담은 주지 않기로 한다.


친절, 관심. 하지만 나의 1번 선택은 '커피 맛'이다. 페쿨리에서는 두 번의 핸드드립을 마셨고, 퀜치커피에서는 약배전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퀜치커피에서도 핸드드립을 마시려고 했지만 강-약배전으로 원두 분류를 해놓은 것에 이끌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핸드드립은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결론은 둘 다 너무 맛있었다. 페쿨리에서는 산미 느낌은 비슷하나 하나는 약간 가벼운, 하나는 약간 묵직한 원두 선택을 했는데 둘 다 각자 매력이 느껴졌다. 퀜치 커피의 약배전 아메리카노는 처음 마셨을 때 '음.. 너무 묽은데?' 하는 순간 화사한 향미가 훅 느껴졌다. "결국은 '실력'이다."라는 말이 또 생각났다. '좋은 기분'에서도 접객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만 직접 가보니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서비스가 좋아 방문한 어떤 곳에서 고객과 매개가 되는 것의 질이 떨어지면 그 서비스도 무용지물이 된다. 카페에선 커피 맛이 좋아야 하고 트레이닝에서는 수업 그리고 운동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두 군데의 카페에서 친절, 관심, 실력을 보았다. 트레이너로서 좋은 수업 구성을 하고 회원님들이 운동을 통한 내-외적 성장을 하게 돕는다. 그와 동시에 진심으로 환대하고 사람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한다. 이렇게 오늘도 배워간다. 아직 난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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