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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Mar 05. 2020

책을 낸다는 것 - 1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이메일이 왔다. 이런 제안 메일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제일 처음 받은 메일은 회사로 가기를 고민하는 나와 비슷한 전공의 학생이었다. 다음으로는 입사 준비를 하는 취준생들을 위한 서비스 업체의 메일이었다. 지금은 조금 흔해졌지만 직접 만나거나 상담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돈을 받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내용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놀랍게도 내가 쓴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고 싶다는 제안서였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닫았다가 다시 봤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제안.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썼다. 글을 써 보니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한다 해도 직접 겪은 경험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평범하게 살아 온 내가 가진 경험의 전부는 공부, 대학(원), 그리고 회사생활, 가족과의 여행.. 이게 전부였다. 특히 이공계를 전공한 직장인으로서 겪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었다. 일기장에 쓰듯이 독백한 것들, 보직과 경험이 예전보다 다양해 지면서 생긴 나만의 관점, 조직 생활에 대한 생각.. 이런 저런 것을 하나 둘 모아 두었다. 


그런 생각은 분명히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에서 점차 선배가 되어 가면서 겪은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것,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후배들은 (내 경험을 거울 삼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한 때는 회사 내부 게시판에 익명으로라도 기고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유명세를 얻기 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나에게 온 제안은 1인 출판사로 부터 였다. <연구직 직장인으로 살아가기>라는 컨텐츠로 출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출판사 대표님은 다른 출판사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독립하였다 한다.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출판사였다. 독립한 후 2권의 책을 출판 했다기에 그 책들을 온라인 서점에서 찾아 보기도 했다.

솔직히 제안만으로도 정말 기쁘고 좋았다. 하지만 설레발은 금물이다. 의심도 들었다. 


'혹시 이거 나한테 책 내게 해 줄테니 돈 달라고 하는 피싱 같은건 아닌지 몰라. 안그러면 나의 글로 책을 내겠다니 .. 말이 되나?'


나름대로 출판 업계에 인맥이 있는 형수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제안 받은 내용과 계약 조건을 보여 드리며 괜찮은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았다. 좋은 기회라며 한 번 도전해 보라는 응원의 말씀. 무명 작가 치고는 인세 비율도 좋다고 하신다. 그렇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계약 하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당시 해외에 있다 보니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우편과 이메일로 소통을 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니 나의 의심이 머쓱하게 느껴졌다. 원고를 추리기 위해 예전에 써 둔 글들을 하나씩 다시 읽어 보고 있다. 어떤 것들은 전후 사정이 너무 불친절하게 되어 있어 나 조차도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있다. 수정이 불가피 한 원고도 있다. 매일 매일 조금씩 퇴고를 하고 있다. 처음엔 이게 책을 낼 만큼 분량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꽤 된다. 


도대체 일반적인 책 한 권이 만들어지려면 원고의 양이 얼마나 필요한가?

검색 해보았다. 300여 페이지 내외의 책이 되려면 A4 용지 기준으로 100장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내 원고는 그에 비해 약간 모자라긴 하지만, 그 동안 참 많은 고민고 생각을 정리해 두었었구나 새삼 놀랍고 뿌듯하다.


내일까지 1차 원고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출판의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 지 자못 궁금하다. 팔리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지만 지금은 우선 '나의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음에 기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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