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
덜컥 계약을 하겠다고 회신은 했는데.. 걱정이 생겼다.
첫째 - 이 책이 팔리기는 할까?
둘째 - 책이라고 할만큼 내용이 충실할까?
책의 팔림에 대한 것은 그것으로 인한 경제적인 혜택, 즉 수입에 관한 고민이 아니었다. 무릇 제품이 판매가 되려면 가치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단 한 두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가치가 충분하다고 애써 위로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여기 브런치에 쓰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적어도 서점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내용을 흥미있게 생각해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사려는 고객층이 있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어쩌면 그건 출판사가 답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컨텐츠를 만들고 유통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 보다는 훨씬 더 시장 상황을 잘 알 것이다.
궁금한 마음에 문의를 드렸다. 왜 제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으신가요?
에디터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독자층과 시장성에 대한 것은 항상 고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작가님 컨텐츠가 기존에는 없던 원고이기 때문에 새로운 독자층을 만들 수 있기도 하지만, 시장성이 약하다는 - 그래서 관련된 책이 거의 없는 - 약점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에디터로서 새로운 독자들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내 글의 진정성이 독자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 생각해서 제안하였다는 고마운 말씀이 힘이 되고 위로도 되었다. 말씀 중에 '진정성'이란 표현에 감동을 받았다. 어쩌면 책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부터 글을 시작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볼까, 더 그럴듯한 상황을 저자인 내가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 찼을 수도 있다. 때로는 일기처럼 끄적였고 때로는 회사 생활 내내 고민이었던 것을 심각하게 토로한 적도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회사를 직접적으로 노출하거나, 적나라한 내용을 담지 못한 한계로 인한 아쉬운 구석도 있긴 하다.
진정성 담긴 글이 짧은 에세이 한 두개로만 끝나는 것도 곤란하다. 글의 충실함 외에도 분량이 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가급적 겹치는 내용들이 없이 한 권의 책이 구성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만약 중복되는 내용이라면 퇴고하면서 합치거나 삭제해서 앞에 나온 얘기가 다시 반복되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지 분량을 채우기 위해 비슷한 상황이나 에피소드를 나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뿌듯하다.
에디터님은 전공을 살려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고 하였다.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대학 4년, 대학원 6년 반, 회사에서 16년, 무려 26년이 넘게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지나고 보면 켜켜이 쌓인 시간의 기록 속에 내 경험과 생각이 담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지 않겠나 한다.
나와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에게도, 전혀 다른 경험과 직무를 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에게도 동감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책이 되면 정말 좋겠다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