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Mar 09. 2020

책을 낸다는 것 - 3

과거와의 조우

출판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이번에 책을 준비하면서 겪은 일을 잠시 끄적여 본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아보니 아주 모자라지는 않지만 보통의 책 한 권 분량에는 약간 부족한 애매한 분량이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없던 글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기존에 쓴 내용에 첨삭을 해서 분량을 늘려볼까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이 생각났다. 그래, 예전에 페이스북에도 회사 관련된 내 생각들을 적어둔 기억이 있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쭉 훓어보기 시작했다. 가끔 예전 포스팅에 추억을 되살리느라 옆길로 새기는 했지만 거의 끝까지 다 리뷰를 했다. 기억이란 늘 왜곡되는 것임을 다시 깨달았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일과 관련된 것들은 짧은 글 위주였다. 그러다가 브런치 이전에 블로그를 운영하던 시절에 쓴 글의 링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링크는 아직 잘 살아 있었고, 지금부터 7년 전의 나를 글로 만나게 되었다. 브런치 첫 글이 2016년이니까 그보다 4-5년 전이다. 


그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질풍노도의 시기였나 보다.

글에 드러나는 내용들에서 미묘한 오만함과 자신감, 그리고 숨길 수 없는 까칠함이 보였다. 당사자인 나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훨씬 날 선 문장과 표현들, 특히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감에 대한 토로가 많았다. 욕심 많았던 시절이다. 딴에는 잘 해 보고자 하는 마음만 앞섰기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돌아보면 남을 뭐라고 탓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블로그에 남아 있는 2012년의 내 생각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2016년 사이에 꽤 큰 변화가 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 지난 몇 년 사이 조직 안에서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란 사람을 조금 더 바꿔주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로는 성숙해 졌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남겨진 글 속에서 더 성장한 내 생각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운이 좋게 몇 개의 재미난 글을 찾아서 기뻤다. 흔적을 남겨두면 언젠가 이렇게 써먹을 날이 온다. 물론 책의 내용도 더 풍성해 질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이전 02화 책을 낸다는 것 -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