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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Oct 05. 2021

회의 생산성에 대하여

회의를 들어갈 때 아젠다 세팅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꽤 예전에는 대체 무슨 회의야? 하고 들어갔다면 요즘은 '아 그것 때문에'하는 정도가 되었으니 많이 나아졌다. 이런 문제를 겪어 봤으니 내가 주최하는 회의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늘 아젠다를 사전에 공유하려고 하고 있다. 


회의 생산성이란 개념을 생각해 본다.

컨설턴트인 이가 야스요는 그의 책 <생산성>에서 생산성을 아주 간단하게 정의했다.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들어간 것(Input) 대비 실제로 얻은 결과(Output), 즉 Input/Output의 비율로 보았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Input을 줄이거나 Output을 높이면 된다. 그의 논리를 따르자면 회의 생산성이 높으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회의 생산성을 다르게 보려고 한다. 

'활발한 토론이 오고 가는 격전의 장'

'회의의 끝에는 명쾌한 다음 스텝을 결정'

위와 같은 두 가지로 크게 나누고 싶다. 과거의 경험에서 둘 다 아쉬웠던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싶은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직급의 위아래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회의를 마칠 때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 싶다.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고 부지런한 상사와 몇 번 회의를 해보니 '결정'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했다. 솔직히 그동안 지루한 회의 끝에 다음에 봅시다,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너무 많았기에 훨씬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비했음에도 '다음에 보자'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경우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렇게 깔끔한 결론이 내려지는 회의라면 분명 생산적인 회의일 텐데, 그래서 내 마음에 쏙 들었어야 하는데 어딘가 찜찜한 마음이 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


회의실을 빠져나와 생각을 해본다. 똑부 상사가 회의 시작 전에 이미 결론을 갖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회의가 침묵으로 일관하지도 않았다. 모두 나름대로 의견을 개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진행이 될수록 결국 한 사람, 즉 상사의 의견으로 결론이 정해져 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의에서는 '대담한 질문'이 중요하다며 시작했는데 예의 그 대담한 질문은 본인이 던진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대담함은 낄 자리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회의가 진행되면서 상사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이 컸다. 또한 회의를 했으니 결론이 필요하다는 강박이 있는 까닭인지 결국 답정너에 가까운 결정이 내려지기 일쑤였다. 


솔직히 실무자 입장에서는 편하다.

1. 어쨌든 상호 합의를 한 것

2. 당신(상사)이 결정한 것이니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갈수록 비슷한 패턴이 되니 회의를 준비하는 자세도 (안 좋은 방향으로) 부담이 없다. 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대담한 대안까지는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비토를 하기도 쉽지 않다. 생산적인 회의의 정의에 '결정(결론)이 되더라도 누구 한 사람의 직위에 따른 주도적 의견 개진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라는 것을 추가하고 싶다. 


내가 찾은 대안은 회의 끝에 도달해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항이다 보니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공감이 안된 내용을 2-3일 공부하고, 생각하고, 다시 정리해서 그분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약간이라도 내 입장을 더해서 결론의 벡터를 살짝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회사에서 그리 오래 일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경영진과 실무진의 이상과 현실을 조율하는 과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덧. 그나마 이 상사는 그런 의견을 받아주니까 가능한 전략이다. 


Q. 리더로서 회의를 잘 이끌고 싶다. 그런데 회의 주제에 나만 관심있는 것 같다. 동료들의 관심과 적극성을 끌어낼 수는 없을까?

A. 아무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혹시 회의 자리에서 리더인 당신만 발언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는 않은가? 다른 동료나 후배의 제안과 아이디어를 직급이나 직위의 힘을 빌어서 뭉개고 있지는 않은가? 회의 시간에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아보고 싶다면 녹화를 하는 것도 좋다(관찰 카메라). 

솔직히 모든 주제에 다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간혹 '다 같이 모여서 하는' 회의를 좋아하는 리더들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했을 때 뭔가 뿌듯하다고 느낀다. 제대로 집중된 회의를 하고 싶다면 최선의 멤버를 뽑아라. 그리고 회의 전에 주제에 대한 참가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회의 주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라. 달랑 첨부파일이나 주제 한 줄 보내고 '생각해서 들어오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지지 마라. 회의의 생산성과 집중도는 리더가 공을 들인만큼 올라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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