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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n 02. 2022

진심은 통하는 것일까?

상반기 성과에 대한 개인 면담을 마치면서 팀장이 ‘잘해주고 계셔서 감사하다. 수고 많다'는 말을 했다. 어쩌면 별 것 아닌 통상적인 이야기, 미팅의 끝에 할 수 있는 평범한 마무리지만 자리를 나오며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왜냐하면 그 말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한 말 같아서 섭섭한 것만이 아니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로부터 시작한 질문은 나의 반성과 태도로 이어졌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진정성에 대해 논하곤 한다. 진정성 있게 제품을 만들어라,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에게 다가가라. 특히 높은 분들에게서 그런 얘기를 자주 듣다 보면, 언제는 우리가 진정성 없게 일하는 사람이었던가 반문하고 섭섭함을 느낀다. 여하튼 경영자가 던지는 화두로서의 진정성은 단 하나의 물건을 팔더라도 거짓됨 없는 진심과 신실함으로 일을 한 결과물임을 느끼게 하라는 것일 게다.


물론 진정성은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야 말로 진정성 있는 모습이 중요하다. 무릇 사람들은 상대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하고 대하는지 저절로 느끼게 마련이다. 겉으로는 친한 것 같아도 진심이 아니라면 부지불식 간에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내가 팀장의 말에 느낀 불편한 감정은 그 사람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 것 정도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상사의 한 마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를 상대방의 진정성 결여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칭찬은 즉시, 구체적으로, 가능하다면 타인 앞에서 하라고 ‘배웠다'. 내가 경험한 가장 최악의 칭찬은 어떤 상사가 사람들 다 있는데 이렇게 말한 경우이다.

‘OOO님 오늘 칭찬할게. 어쩌고저쩌고 … 다들 들었지? 나 오늘 OOO님 칭찬했다’

이거야 말로 정말 진정성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다. 글로 배운 칭찬 스킬이 이렇게나 무섭다.



사람 사이의 진정성은 상호 의존적인 면이 있다. 마음이 한없이 넓고 그릇이 큰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범인인 나로서는, 상대가 마뜩찮게 여기거나 잘 받아들일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같이 마음을 닫아 버리곤 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겠으나 갈수록 나의 에너지와 정신을 쏟아 불편한 관계의 개선을 취하는 노력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거리 조절의 기회조차 없었다면 애초에 진정성, 누군가의 진심이 나에게 닿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팀장과 나의 심리적 거리감을 따져본다. 비슷한 연차에 동갑이라는 것 외에 무슨 공감대가 있었을까 돌아보면 별다른 감흥이 없다. 즉 상대가 영혼 없는 칭찬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나 역시 팀장의 감사한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영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생각은 다시 확장되어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한 반추를 자극했다. 나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하는 감사의 인사 역시, 그/그녀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에휴, 리더니까 그냥 고맙다는 말은 해야겠고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구만,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 덜컥 걱정이 되었다. 내가 그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진심이 맞지만, 그저 습관적이고 관행적인 감사 인사가 때로는 그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이쯤되면 진심은 통한다는 세간의 통설에 의문이 든다. 


진정성을 다시 고민해 보는 것은 형식과 내용의 조화로움에 대해, 그리고 그걸 전달하고 전달받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느낀 바 있어 생각을 나누고 싶음이다. 누군가에게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열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형식적 대화가 아니라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란 것이다. 물론 그 문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알맹이, 즉 '진심'이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겠지만. 


Q.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줘요. 내 속을 꺼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A. 가족 사이에도 알지 못하는 것, 오해가 생기는 것이 마음이다. 어찌 회사 동료 사이에 진정한 이해가 가능할까. 그러나 회사 동료라서 좋은 점도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싶지 않다면 적당한 거리만큼을 유지하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게 최선이라는 건 아니다. 

나의 경우 새로운 조직에서 공감대를 갖는데 최소한 평균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람에 따라 그 시간은 더 걸릴 수 있다. 그 지루한 시간은 일대일 미팅으로 다져졌다. 정기적으로 자꾸 보면서 마음을 열다보면 상대방도 어쩔 수 없이(?) 자기를 오픈한다. 나의 진심이 인정 받는 순간은 어쩌면 그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상호 열린 자세를 취하면 많은 것들이 좀 쉽게 방향을 찾는다는데 있다. 그러니 상대가 내 맘 몰라준다고 열내지 말고 여유롭게 그러나 끈질기게 노크하고 또 노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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